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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왜 죽었소, 옥 같은 나 여기 두고, 왜 죽었단 말이오."

[국악속풀이 32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 6<돈화문국악당>에서 유지숙명창이 부른 서도 좌창 제전(祭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한식 명절에 죽은 남편 무덤을 찾아가서 정성껏 제물을 차려놓고 수심가조의 창법으로 절규하는 노래라는 점, 서도소리에도 좌창이나 입창(선소리)형태를 비롯하여, 송서, 율창, 소리극, 재담, 신명나는 민요 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이름난 명창이 많았으나 1세대 명창들은 거의 작고한 상황이고, 지금은 남쪽의 2세대들이 이 소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제전은 갖가지 음식이며 술을 준비해서 상차림을 한 후, 남편을 애절하게 회상하는 내용인데, 유지숙은 서도소리 특유의 시김새와 창법으로 청중을 감동시켰다는 이야기, 그 시작에백오동풍(百五東風)’은 한식(寒食)때 불어오는 봄바람으로 이는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 한식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제전에서는 상차림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갖가지 제물을 차려놓되, 각각의 제물 이름이라든가 또는 그 제물들을 놓는 위치를 알려주고 있으며, 이와 함께 각 제물의 생산지가 소개되고 있어서 어느 지역에서 어떠한 물품이 특산품으로 생산되어 지역의 이름과 함께 유명해 졌는지 그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다음의 노랫말을 읽어보면 어느 지역의 어느 물품이 유명한가 하는 점을 알게 된다.

 

함종에 약률이며 연안 백천의 황()밤 대추도 놓고, 경상도 풍기 준시, 수원 홍시며, 능라도를 썩 건너서 참모퉁이 둥굴둥굴 청수박을 대모 장도 드는 칼로 웃꼭지를 스르르르 돌리어 떼고, 강능 생청을 주루루루 부어 은동(銀銅) 글반 수복저로다.”(줄임)


위 노랫말에서 함종의 약률(藥栗)이란 말은 평안도 함종이란 마을에서 나는 밤이란 뜻으로 그 밤은 약이 될 정도로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함종의 밤은 평양의 밤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참고로 함종이란 곳은 평안남도 강서군의 한 면소재지로 평안도 민요 <긴아리>의 최초 발생지로도 알려져 있는 곳이다. 평안남도의 함종과, 용강, 그리고 삼화를 선으로 연결하면 삼각형이 된다고 해서 예로부터 이 세 고장을 삼연(三沿)으로 불러왔다.

 

그 뒤에 나오는연안 백천의 왕밤 대추라는 말도 그 지역의 특산품을 알게 하는 표현이다. 연안은 황해도 연백평야의 중심지로 쌀을 비롯하여 각종 농산물의 집산지로 알려진 곳이다. 또한 백천(白川)이란 곳은 황해도 연백군의 한 면으로 온천이 유명하고, 기운정이나 무호정 등 이름난 명승고적이 많으며 대추를 비롯한 각종 농산물이 생산되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에 나오는 남쪽지방, 경상도 풍기의 준시나, 수원 홍시는 각각 말린 감과 붉은 감을 말하고 강능의 생청이란 벌통에서 퍼낸 꿀을 말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각 지역의 유명한 특산품이 무엇인가를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제사상에 올리는 술 종류도 약주 외에 다양하게 나열하고 있다.

 

술이라니 이백이 기경포도주며, 떨어졌다 낙화주며, 산림처사의 송엽주로다. 도연명의 국화주며, 마고선녀 천일주며, 맛 좋은 감홍로 빛 좋은 홍소주, 청소주, 온갖 술을 다 그만두고 청명한 약주술” <줄임>


위의 사설에서 이태백의 포도주는 그의 <회양가>라는 시()속에 나오는 술을 말하는 것이고, 산간에 묻혀 사는 선비들이 솔잎을 따서 담가 마신다는 송엽주라든가, 도연명이 국화를 좋아했다고 해서 끌어드린 국화주, 담근 후 일천일(3)이 되어야 마신다는 천일주도 있으며, 평양의 붉은 소주로 알려진 감홍로, 등등의 다양한 술 이름들이 나열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다음의 애절한 절규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잔디를 뜯어 모진 광풍에 흩날리며

왜 죽었소, 왜 죽었소. 옥 같은 나 여기 두고 왜 죽었단 말이요.

(이 부분은 이 노래의 절정으로 원래는 반복했던 부분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반복 없이 부르고 있다)

선영에 풀이 긴들 절초할 이, 뉘 있으며

한식명절이 당도하여도 잔 드릴 사람이 전혀 없구려.

일부황분(一抔荒墳)이 가련하구나.

천지로다 집을 삼고, 황토로다 포단 삼으며, 금잔디로다 이불을 삼고,

산천초목을 울을 삼으며, 두견접동이 벗이로구나.

심야공산 다 저문 밤에 홀로 누워있기 무섭지 않단 말이요.

임 죽은 혼백이라도 있거든, 날 다려만 가렴아.”


구구절절이 노랫말 자체도 시()적이지만, 떠나보낸 지아비를 그리워하는 한 여인의 한 맺힌 절규가 서도소리 특유의 가락을 타고 흐르면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시켜 눈시울을 적시게 되는 노래가 바로 서도좌창 제전이 아닌가 한다. 이 노래는 꼭 한번 유지숙의 창으로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벽파 이창배의 가창대계제전의 노랫말을 표준어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황해도 출신의 박기종 명창은 와 같은 양성모음은 전부 음성모음 로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천지로다 집을 삼고, 황토로다 포단을 삼으며, 금잔디로다 이불을 삼고와 같은 사설은 천지루다 집을 삼구, 황토루다 포대길 삼구, 금잔디루다 이불을 삼으니처럼 부르고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끝 부분 날 다려만 가렴아날 데려만 가소 구레등 지역의 향토적인 표현법이나 발음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