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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단군을 의미하는 가망굿, 전국의 모든 굿에 있다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2)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한민족 칠성신앙은 수리적 관점에서 단군신화의 삼신신앙과 관련되는데 그 요체는 다음과 같다. 삼신(三神)은 단군(檀君)을 근간으로 한 신앙적 개념이다. 단군은 한국 역사상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일명 단군조선, 서기전 2333년 개국)의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민족 시조이다.

 

주지하다 시피, 신화란 태초에 하늘과 땅이 열리는 내용의 천지개벽신화를 비롯한 건국 영웅의 출현과정을 말하는 건국시조신화, 영적 존재의 초월적 행적을 이야기하는 종교신화 등의 역사적 전개과정에서 파악되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전해져 온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실체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개된 단군신앙은 한민족 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표방하면서 민족이 수난을 당하고 위기에 봉착하였을 때마다 단합과 화합을 추구하는 구심체로 역할 해왔다(서영대 단군관계 문헌자료 연구, 단군그 이해와 자료1994; 한말의 단군운동과 대종교, 한국사연구2001). 무교(巫敎) 또한 단군 중축의 신앙적 구심점으로 계승 발전해 온 민족의 종교이며 그 중심에는 삼신신앙이 자리하고 있다.

 

구체적 실체를 고려 승려 석일연(釋一然, 12061289)삼국유사(三國遺事)》 「고조선」 「왕검조선대목을 통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고기(古記)에 이런 말이 있다. 옛날에 환인(桓因: 제석(帝釋)을 이른다)의 서자(庶子) 환웅(桓雄)이 계셔 천하에 자주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탐내어 구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산(三危太白山)을 내려다보니 인간 세계를 널리 이롭게 할만 했다. 이에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내려가서 [세상 사람들을] 다스리게 했다.

 

환웅은 그 무리 3천명을 거느리고 태백산(太白山) 꼭대기의 신단수(神檀樹) 밑에 내려와서 [이 곳을] 신시(神市)라 불렀다. 이 분을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 한다. [그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식, 수명, 질병, 형벌, 선악 등을 주관하고, 인간의 삼백 예순 가지나 되는 일을 주관하여 인간 세계를 다스려 교화시켰다.

 

이 때 곰 한 마리와 범 한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았는데, 늘 신웅(神雄. 桓雄)에게 사람 되기를 빌었다. 때 마침 신(=桓雄)이 신령한 쑥 한 심지()와 마늘을 주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날 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 곰과 범은 이것을 받아서 먹었다.

 

곰은 기()한지 이십일(二十一, 37)만에 여자의 몸이 되었으나, 범은 능히 기하지 못했으므로, 사람이 되지 못했다. 여자가 된 곰은 그와 혼인할 상대가 없었으므로 항상 단수(壇樹) 밑에서 아이 배기를 빌었다. 환웅(桓雄)은 이에 임시로 변화여 그와 결혼해 주었더니, 그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단군왕검이라 일렀다.

 

왕검은 요임금이 왕위에 오른 지 오십(五十)년인 경인년에 평양성(平壤城)에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조선(朝鮮)이라 불렀다. 또 다시 도읍을 백악산(白岳山) 아사달(阿斯達)에 옮겼다. 그 곳을 또는 궁() 홀산(忽山) 또는 금미달(今彌達)이라 한다. 그는 일()천 오()백년 동안 여기서 나라를 다스렸다. 주나라 무왕(武王)이 왕위에 오른 기묘년에 [무왕이] 기자(箕子)를 조선에 봉()하니, 단군은 이에 장당경(藏唐京)으로 옮아갔다가 후에 돌아와 아사달에 숨어서 산신(山神)이 되었는데, 나이가 일천구백여덟살이었다고 한다.

 

위의 내용 중 주요 사안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군 이야기 성립의 단초가 되고 있는 고기(古記)라는 책은 현재 전해지지 않지만 단군신화 등이 수록되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는 한국 고대 역사서이다. 이 책은 고려 인종 23(서기 1145)에 김부식이 편찬한 한국 최고의 역사서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사료로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 고기를 비롯한 해동고기(海東古記), 삼한고기(三韓古記), 본국고기(本國古記), 신라고기(新羅古記)등 다양한 역사 기록서가 보이고 있다.

 

김부식은 이 기록들을 일차 사료로 삼았고, 중국 사료와 한국의 사료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한국 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했다. 한편, 조선 정조(1777-1800)때 안정복은 동사강목(東史綱目)에서 고기단군고기(檀君古記)의 약칭으로서 단군의 사적을 기록한 문헌으로 보이며, 이승휴가 우리나라와 중국 역사를 칠언시와 오언시로 서술한 제왕운기(帝王韻記)에 인용된 단군본기(檀君本紀)와 같은 책이라고 보았다.


 

한편고기 또는 단군고기는 단순히 신화만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아닌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우고 도읍지를 정하는 것 등의 사실적인 한민족 역사 사건을 기술하고 있어 주목된다.

 

둘째, 단군신화의 최초 주인공 환인(桓因)은 오늘 말의 하늘을 뜻한다. 또한 하느님의 근원이 되고 있는 무형적 존재를 지칭하는 어형의 표음으로 해석된다. “환인(桓因)”이라 한 것은 승려인 일연과 그의 보필자(補筆者) 무극(無極)에 의해 불교적 방향으로 윤색되어져 한문으로 표기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주석에서 위제석야[謂帝釋也]라고 한 것이다. 환인과 제석은 모두 불교 용어로써 인도의 천주(天主) 또는 호법신(護法神)을 뜻한다.

 

셋째, 삼위태백(三危太白山)은 단군이 처음 하강한 곳과 되돌아 간 곳이다. 오늘날 무교에서 산악신앙이 각별히 중시되고 있는 점도 바로 단군이 산으로 강림하였고 또한 산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로써 무속의례에서 단군을 모시는 산거리(또는 산천거리, 상산거리)는 늘 앞부분 서두에서 이루어지는 굿거리 중 하나로 되어 있다.

 

넷째, 환웅이 환인에게서 받은 천부인(天符印)은 신의 위력과 영검한 힘의 표상이 되는 신성한 부인(符印)을 이른 것으로써 하늘에서 내린 물건들이다. 쇠붙이로 된 거울(), (), 방울()인데, 이것들은 일본 신화에서도 세 가지 신기(神器) 거울, , 구슬이 다루어지듯이 동북아시아 민족의 공통된 신구(神具)이다. 오늘날 무당들 사이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쇠붙이가 곧 동경(銅鏡, 또는 명두), , 방울 등 세 가지 귀물(鬼物)이다.

 

신단수(神檀樹)는 하느님이 그의 아들 환웅을 강림시킨 태백산 꼭대기의 나무이다. 단군시대에의 이곳은 큰굿을 하였던 굿당이며 신당인 동시에 정치의 근본지였을 것이다. 오늘날의 신목과 신당을 뜻한다.

 

한편, 단군시대의 세계관은 곡식(농업관계 즉 먹거리를 관장 하는 것), 수명(생명관계 즉 건강장수를 관장 하는 것), 질병(생명관계 즉 병환을 관장하는 것), 형벌(법률관계 즉 질서를 관장 하는 것), 선악(도덕관계 즉 인간적 삶의 방식을 관장 하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요건들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인간본능의 것으로써 집단체를 이루는 사회구조 속에서 필수적 조건들이다. 오늘날 까지도 무교의 세계관이 현세적 길복과 사회질서 동참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도 바로 단군시대에 시작된 근본에서 비롯된다.

 

위와 같이 천신(天神)인 환인(桓因)아들 환웅(桓雄)이 인간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니, 아버지가가 그 마음을 알고 환웅을 지상으로 파견하였다. 환웅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세상을 통치하였다. 지상의 곰과 호랑이가 환웅을 찾아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자 환웅은 이들에게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호랑이는 지켜야 할 금기를 지키지 못해 변신에 실패했지만, 곰은 환웅의 지시를 잘 지켜 여성으로 변신하였다.

 

변신에 성공한 웅녀(熊女)는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檀君)을 낳았고, 단군은 고조선을 건국하여 1,500년간 나라를 다스렸다. 그리고 1,908세에 아사달산의 산신이 되었다. 천신으로 하강하여 인간세상을 통치하고 교화 한 후 신격화된 것이다. , 한민족에는 고대로부터 하느님(桓因)에 대한 신앙이 존재하였고 천신(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인간 세상에 강림함으로써 지모신(地母神)에 대한 신앙과 종교적 이니시에이션(initiation)의 표현으로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동굴 속에 머물러 여자 몸이 된 것이다.

 

여기서 모태를 상징하는 굴은 웅녀가 지모신으로써 생산신(삼신)을 의미하는 것이며, 곰녀가 하늘의 아들 환웅(桓雄)과 결합하여 단군을 낳음으로써 천지(天地)의 융합 즉 하늘과 땅의 융합에서 인간 창조가 이루어진 것이다(유동식, 한국무교의 역사와 구조1983). 그 후, 여러 부족국가에서 동맹(東盟), 무천(舞天), 영고(迎鼓), 천군(天君) 등으로 불리는 단군의례의 유풍이 계승되어 진 것이다(이능화, 조선무속고, 계명19 1927).

 

단군신앙은 최남선에 의해 주창된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에서도 주요하게 다루어졌다(최남선, 불함문화론, 육당최남선전집(六堂崔南善全集) 2, 1973). 이 학설은 백두산을 근간으로 형성된 한민족 고대문화에 한족, 만주족, 일본족 등이 속해 있다는 문화전파론이지만, 핵심 요소는 신(), (), 태양(太陽)을 의미하는 광명사상인 것이다. 즉 불함문화권 중심지는 조선이며 그 중심에 천신(天神)이며 태양신(太陽神)인 단군(檀君)이 있다.

 

난곡(蘭谷)이 발간한 서울굿 굿거리 그림책 무당내력(巫黨來歷)에서도 단군신앙이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태초에 시월 삼일 신인(神人)이 태백산 박달나무 아래로 내려와서 신교(神敎)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가르쳤는데 그를 시조 단군이라고 하였다. 그의 큰아들인 부루(扶婁)는 현명하고 다복한 사람으로 사람들이 그를 존중하였고 후에 땅을 선택하여 단을 쌓고 토기에 곡식을 넣고 짚을 엮어서 씌었으니 이를 부루단지(扶婁壇地)’ 또는 업주가리(業主嘉利)’라고 불렀다. 매년 시월이 되면 신곡(新穀)을 시루에 쪄서 떡을 만들어 제주(祭酒)나 과일과 함께 바치어 제를 지냈다...”(무당내력(巫黨來歷)).

 

단군을 의미하는 가망굿은 전국 모든 굿에서 동일하게 행해지고 있다. 황해도굿의 초감흥굿, 평안도굿의 감흥굿, 서울 경기굿의 가망청배, 강화굿의 초부정, 호남굿의 초가망석, 동해안굿의 가망굿 등으로 행해지는 큰굿에서의 가망은 전국 모든 굿에서 작용하고 있다.

 

가망은 환인, 환웅, 단군 등 삼신(三神) 중의 한 분인 단군왕검이다. 원뜻은 그므()이고 검은 감이며, 이는 고어 에서 온 것으로 대감 영감 상감 등의 높은 어른을 칭하는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높임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는데 굿 현장에서는 가뭉, 가믕, 거뭉, 감응, 감흥 등으로 쓰이는 것이다.

 

가망굿에서 가망이 민족 시조신 단군임을 알게 하는 것은 증거는 가망 공수에서 너희 부리에 본 주고 씨 준 가망이라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가망이 성과 본을 준다는 것은 곧 씨를 만들어 준 존재라는 것이며, 이는 조상의 원조임을 뜻한다. 고로 가망은 근원신의 또 다른 이름임을 확인케 것이며, 이러한 뜻을 갖고 굿 현장에서 응용되는 것이 바로 거므나 땅에 희나 백성이라는 것인데 이는 거므(단군)() 땅에 희나() 백성임을 뜻하는 것이다.

 

환인의 아들 환웅이 하늘로부터 수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하강한 곳이 태백산이요, 나라를 세워 백성을 다스린 단군왕검이 산의 신령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산악신앙 뿌리를 알게 하는 좋은 대목들이다. 상산굿은 상산(上山)에 계시는 신령을 모시고 행하는 산굿인데 무속의례의 주요한 굿거리이며 이를 한편에서는 산신거리라고도 한다.

 

여기서의 산신은 각 고을마다 존재하는 주산(主山)이며 마을을 지키는 진산(鎭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씨를 준 조상이 존재하는 시조산(始祖山)의 의미도 있지만 이 보다는 천상과 가장 가까이 있는 거대하고 높다란 영산(靈山)임을 뜻하는 것이다.

 

한편, 성주굿에서의 성주신은 삼국유사권제1 고조선조에 나타난다고 하고 있다. 이는 단군이 아사달로 돌아가 산신이 되었고, 태백산 산신이 된 단군은 각 가정에 내려와 성주가 되었다.”라고 하여 단군산신성주의 변화양상을 나타낸다. 성주굿은 집을 수호하는 성주 모시기를 위한 굿이며, 집은 삶의 핵심적 요소로 간주되는 의식주(衣食住) 중 하나인 주거 공간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생활을 영위하고 일생을 마감하기도 하는 삶의 터전이요 인류 역사의 창조적 공간이 바로 집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급히 집으로 모셔와 객사를 면하게 한다. 이러한 관습은 사람이 태워날 때 성주신 앞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생의 마감도 성주신 앞에서 하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