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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가슴 한쪽 잃어버렸는데, “백자 무릎모양 연적”

[서평] 《아름다운 우리 문화 산책, 김영조》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天女何年一乳亡 하늘 선녀가 어느 해 젖가슴 한쪽을 잃어버렸는데

今日偶然落文房 오늘에 우연히 문방구점에 떨어졌다네

少年書生爭手撫 나이 어린 서생들이 앞다퉈 손으로 어루만지니

不勝羞愧淚滂滂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눈물만 주르륵 흘리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이 자신의 책 아름다운 우리 문화 산책, 인물과 사상사의 머리말을 시작하자마자 내놓은 시입니다. 이름 모를 선비가 쓴 시라는데, ‘백자 무릎 모양 연적을 기가 막히게 표현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문화 산책>은 김영조 소장이 그 동안 쓴 한국문화편지 얼레빗글을 모아 낸 책입니다. ! 얼레빗은 다 아시다시피 빗살이 굵고 성긴 반원형의 빗을 말하는데, 김소장은 자신의 글을 이런 우리 문화의 상징인 얼레빗에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김소장은 그 동안에도 얼레빗 글을 모아 하루하루가 잔치로세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라는 책을 내놓았는데, 이번이 얼레빗 글로는 세 번째 책이네요.

 

! 얼레빗 글이 뭔지 모르시는 분이 있으시겠군요. 김소장은 2004년부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라고 하여 우리 문화에 대한 글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를 메일로 보내주고 또 이를 우리문화신문이라는 인터넷신문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저도 김소장님으로부터 얼레빗 메일을 받고 있는데, 지난 화요일(2017. 7. 18.) 현재 3604회의 얼레빗 글을 써오고 있고, 앞으로도 얼레빗 글은 5,000, 10,000회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3604회나 얼레빗 글을 써오고 있다니 참 대단한 분이지요?

 

이번 책에서 김소장은 우리 문화를 1. 국악과 춤, 2. 그림, 3. 도자기와 탑, 4. 민속품, 5. 옷과 꾸미개, 6. 풍속, 7. 인물, 8. 한시 이렇게 8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하여 몰랐던 우리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네요.

 

이를 테면 어머니가 단정하게 머리를 빗을 때 뚜껑을 열던 빗접이란 글에서는 퇴발낭(退髮囊)”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 빗질할 때 빠진 머리카락을 기름종이인 퇴발낭에 모아서 빗접에 넣어두었다가, 이렇게 한 해 동안 모아둔 머리카락을 설날 저녁 문밖에서 태운다는군요. 그러면 그때 머리카락 타는 냄새로 악귀나 나쁜 병이 물러간다나요. 이런 풍속을 원일소발(元日燒髮)”이라고 하였답니다.

 

또 하나를 들면 을사 5적 중에 이근택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이근택이 을사늑약이 체결된 후 집에 돌아와 자신은 다행히 죽음을 모면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자, 부엌에 있던 여종이 이 말을 듣고 식칼을 들고 와 이렇게 호통을 쳤다는군요.

 

이근택아! 너는 대신이 되어 나라의 은혜를 크게 입었는데, 나라가 위태로운데도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죽음을 면했다고 자랑하느냐? 너는 참으로 개만도 못한 놈이다. 내가 비록 천한 사람이지만 어찌 개의 종이 될 수 있겠느냐? 내 힘이 약해서 너를 두 동강이로 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 나는 다시 옛 주인에게 돌아가겠다.”


 


김소장이 소개하는 한시에도 제 마음에 드는 시들이 많은데, 그 중 특히 낭군거후(郎君去後)라는 시가 제 눈길을 끕니다. 시도 시이지만 이 시를 쓴 시인 설죽(雪竹)이 조선시대 천한 신분의 여종이라는 데서 더 눈길을 끄는 것이지요. 설죽은 원래 조선 중기의 학자 권래(權來)의 여종이었다는데, 엄격한 신분제 사회 조선에서 여종이 시로서 이름을 남겼다면, 설죽이 오늘 날 태어났다면 더욱 뛰어난 시인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 시는 설죽의 얘기를 들은 양반들이 설죽에게 '만일 자신의 낭군이 죽었다고 치고 시를 한수 지어 보라'는 말에 지은 시라고 합니다. 시인만 소개할 것이 아니라 <낭군거후> 시도 소개할까요?

 

郎君去後音塵絶  낭군님 떠난 뒤에 소식마저 끊겼는데

獨宿靑樓芳草節  봄날 청루에서 홀로 잠들어요

燭盡紗窓無限啼  촛불 꺼진 창가에서 끝없이 눈물을 흘리는 밤

杜鵑叫落梨花月  두견새 울고 배꽃도 떨어지네요

 

이 책에는 이외에도 수많은 우리 문화에 대해 김소장의 애정 어린 소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름다운 우리 문화 산책>을 보시면서, 김 소장과 함께 아름다운 우리 문화 산책을 해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