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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기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애견 사랑 다카라 씨

멀쩡한 개들도 버리는 세태에 참으로 따뜻한 삶

[우리문화신문=도쿄 이윤옥 기자] 로니는 올해 12살 먹은 다카라 씨의 애견이다. 6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상태로 6년을 살았으니 생애 절반을 장애로 산 셈이다. 로니는 24시간 기저귀를 차고 있다. 앞다리 두 개만 움직일 뿐 하반신은 완전 마비상태인지라 누가 잠시라도 곁에서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다카라 씨 집에서 로니와 만 하루를 지내면서 로니도 로니지만 다카라 씨도 여간 고생이 아니란 걸 실감했다. 다카라 씨는 올해 73살로 이제 고령의 나이다. 체구도 크지 않은 다카라 씨가 덩치 큰 로니를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이지만 다카라 씨는 마치 자식이라도 다루는 양 애지중지 돌보고 있다.

    

 


엊저녁은 저녁밥을 먹은 뒤 로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동네 산책을 했다. 로니를 위해 특수 제작한 휠체어에 로니를 태우는 일조차 쉽지 않았지만 다카라 씨와 로니는 호흡을 척척 맞추며 로니를 휠체어에 태웠다. 그러자 로니는 롤러스케이트를 탄 양 앞발로 힘차게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다. 로니에게는 하루의 활력을 되찾는 시간이다.

 

산책은 주로 저녁 시간에 하는데, 아침이나 낮을 피하는 것은 출퇴근 하는 사람과 차들이 오가기 때문에 로니가 마음 놓고 걷기 편하게 하기 위해 저녁 시간에 산책을 한다. 로니는 이 동네에서는 제법 유명한 모양이다. 골목길을 어쩌다 오가는 사람들이 로니를 보고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로니 산책 나왔네?”

로니 잘 지내고 있지

다카라 씨 애쓰십니다

 

이웃주민들은 로니와 다카라 씨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마디 씩 했다. 저녁 8시 무렵 시작된 로니의 산책은 40여분 가까이 이어졌다. 미로처럼 얽힌 도쿄 메구로(目黑) 주택가 길을 다카라 씨는 로니에게 맡긴다. 그러자 로니는 여러 길 가운데 하나를 골라 걷는데 그 뒤를 따라 가는 다카라 씨 모습은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를 시작한 아기를 따라가는 모습 같다. 이런 산책을 6년 째 이어가고 있다.

 

6년 전 교통사고를 만난 그 날도 로니와 다카라 씨는 산책 중이었다. 그러나 좁은 골목길을 달리던 차가 인도 구분이 없는 산책로를 덮쳐 로니는 그 자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졌다. 그 길로 병원으로 달려가 여러 번의 수술 끝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로니는 두어 달 입원 끝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하반신 마비라는 중증의 환자 몸이 되고 말았다.

 

똥오줌이야 기저귀로 해결한다지만 앉은 자리에서 한 뼘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로니는 다카라 씨의 눈길에서 멀리 둘 수 없어 주방이 잘 보이는 거실 한 복판에서 지내고 있다. 다카라 씨도 로니를 눈길이 미치는 곳에 두고 있지만 로니 역시 주인인 다카라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것이 하루 일과다. 둘이는 그렇게 서로의 눈길을 주고받으며 6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로니도 이제 인간의 나이로 치면 70줄에 들어선 늙은 개이고 보면 남은 시간이 얼마 안남은 듯하여 더욱 애틋해 보인다.

    

 


그제 일본에 도착한 날, 기자를 승용차로 집근처 역까지 마중 나온 다카라 씨는 차 안에 로니도 함께 태워 나왔다. 처음 본 사람임에도 로니는 짖지 않았다. 반신불수의 몸에 사납게 짖어대기라도 한다면 집에서 기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을 알고 있는 듯, 로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만난 사람인양 기자를 대했다. 꼬리는 있지만 하반신 마비라 흔들지는 못하는 로니는 대신 호소력 있는 우수에 찬 눈망울만 깜박거린다. 그래서 더욱 보기에 안쓰러웠다.

 

로니에게 줄 맛있는 한국산 간식을 좀 사갈까요?” 기자는 일본으로 오기 전 로니에게 뭔가를 사다주고 싶어 다카라 씨에게 물었다. 그러나 답은 였다. 로니는 어떠한 경우에도 특별식을 먹으면 안되는 상태라고 했다. 사고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위장도 좋지 않아 늘 먹고 있는 것 외에는 욕심 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야말로 철저히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통해 사고를 만난 지 6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탈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이다.

 

거실 한편에 켜 놓은 텔레비전에라도 눈길을 돌리면 좋으련만 로니는 다카라 씨와 기자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는다. 사실 로니의 목숨은 다카라 씨가 아니면 벌써 이 세상에서 살아있지 못할 존재다. 그런 고마움을 알고 있는 것일까? 로니는 기저귀를 찬 몸으로 누운 자세지만 말똥말똥한 눈망울로 다카라 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카라 씨 역시 반신불수 로니의 곁에서 수족이 되어 벌써 6년째 지내고 있다. 멀쩡한 개도 내다 버리는 세태에, 반신불수인 개를 정성껏 보살피는 다카라 씨의 정성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져 코끝이 찡했다. 오래도록 이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한반신 마비 '로니'의 산책
 ▲ 하반신 마비 '로니'의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