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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제전>은 독백 후, 소리로 이어지던 형식

[국악속풀이 32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 좌창 <제전(祭奠)>의 끝부분이 이 노래의 절정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유지숙 명창이 불러주는 잔디를 뜯어 모진 광풍에 흩날리며 왜 죽었소, 왜 죽었소, 옥 같은 나 여기 두고 왜 죽었단 말이요.대목의 애끓는 절규는 너무도 인상적인 소리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백오동풍(百五東風)은 한식(寒食)때 불어오는 봄바람을 뜻하는 말로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 한식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다는 이야기, 상차림의 모습, 제물을 차리는 위치나 각 제물의 생산지가 소개되고 있어서 특산품의 정보도 소개하고 있다는 이야기, ‘함종 약률이라는 표현에서 평안도 함종 지방의 밤이 유명하였음을 알게 되고, 또한 함종은 강서군의 한 면소재지로 평안도 민요 <긴아리>의 최초 발생지로도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제사상에 올리는 술 종류도 다양하다는 이야기, 벽파 이창배의 가창대계는 노랫말을 표준어로 기록하고 있으나, 황해도 출신의 박기종 명창은 양성모음을 음성모음으로 표기하고 있어서 투박한 느낌을 주며 끝부분의 날 다려만 가렴아.’날 데려만 가소 구레등으로 불러 향토색이 물씬 풍긴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예전에 부르던 <제전>과 오늘날의 것은 어떤 변화가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해 본다. 예전에는 노래가 시작되기 전, 인생무상을 강조하는 푸념조, 곧 독백형식의 넋두리로 시작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 다음, <백오동풍>의 노래로 이어진 특이한 형식이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이 넋두리를 생략하고 곧바로 노래부터 시작하는 점이 다르다.



   

경기 좌창에는 노래가 나오기 전, 그러니까 시작부분이나 앞부분에 대사가 들어가는 노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판소리와 같은 이야기가 있는 소리들은 대목, 대목에서 아니리를 넣어 장면을 안내하는 것과 같이, 서도의 창극조인 배뱅이굿에서는 대사를 넣고 소리를 이어가는 형식이 전편에 흐른다. 이러한 극가(劇歌) 외에 서도좌창 <제전>과 같이 앞에서 다소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후에, 차분하게 노래가 나오는 예는 그리 흔치 않은 형식이라 할 것이다.

 

참고로 <백오동풍>이 나오기 전에 앞부분에 넣었던 독백형식의 넋두리 대목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인가? 이를 가창대계에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어제까지 성턴 몸이 오늘을 비롯하여 오한과 두통에 사지가 아프니

이 일이 가련치 않으냐, 오를 숨만 남아있고 내릴 숨은 전혀 없으니

홍안의 가처(家妻), 찾느니 냉수로다. 이내 한 몸에 태산 같은 병이

들어 침중하니 재산과 전곡이 귀()치 않고, 탕약 환약이 무효로다.

<줄임>

천지로다 집을 삼고, 석침(石枕)을 돋우워 베고 그린듯이 누웠으니

송풍(松風)은 거문고요, 두견성의 노래로구나. 살은 썩어 물이 되고,

뼈는 썩어 황토되니, 삼혼칠백이 흩어지면 친구 동생이 많다 한들,

어느 누구가 내 대신 가지, 북망산천아, 말 물어보자.

이 몸이 죽어서 돌아간 후에 <백오동풍에 절일을 당하여-->”

이어져 본격적인 노래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박기종 명창이 전하는 독백은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해도

그 표현 방법은 다르다. 그 일부를 소개해 본다.


  “인생백년 살아갈 제, 하날에다 명을 빌구, 땅에다 복을 빌어

  아바지전 뼈를 빌구, 오마니전 살을 빌어,

  열 달 배불러 이 세상에 태어나서 우리 부모 날 기르실 제,

  은자동아, 금자동아, 오색비단 채색동아,

  금을 주구 너를 사랴, 은을 주구 너를 사랴.(중략)

  우연히 득병하야 백약이 무효이라.

  부르나니 오마니요, 찾나니 냉수로다.

  무당 불러 굿을 한 들, 굿 덕이나 입을소냐.

  소경 불러 경 읽은 들, 경 덕이나 입을소냐. (중략)

  인삼녹용으로 집을 짓구, 다사향으루 벽을 바르구,

  우황 청심환으루 보료를 허여 덮구,

  불로초루 불을 땐 들, 이내 병 고치기난 만무로구나.(중략)

  홍안(紅顔)박명(薄命)에 청춘애처가 님의 분묘를 찾아갈 제,

  이 고을 저 고을 다 지나가니 우리 님의 분묘가 여기로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대목이 바로 창이 시작되는백오동풍에 절일을 당하여 님의 분묘를 찾아가서대목이다.

 

위의 사설은 박기종 명창이 평양에서 이정근에게 배운 것이라 하는데, 광복 후, 서도소리꾼들이 부른 제전의 사설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여간에 현재는 노래 앞에 넋두리조의 사설은 생략된 채, 곧바로 창으로 시작하고 있는 점이 과거와 달라진 형태라 할 것이다.

 

<제전의> 장단은 일정치 않고, 불규칙적이면서도 자유스런 리듬으로 진행된다. 큰 흐름으로 보면 6박의 도드리 장단형태가 전체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으나 부분적으로는 4박 형태도 있고, 5박 형태도 나오며, 부분적으로는 7박 형태도 있어 노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반주가 용이하지 못하다는 점을 알게 한다.

 

그래서 예부터 이러한 노래는 창자가 스스로 장단을 치면서 장단을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불렀던 소리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끝맺음은 반드시 수심가로 돌아와 맺는다는 점에서 서도소리꾼들이 수심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또한 서도좌창의 특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