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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다문화 공생의 길 노래하는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 음악회 열려

29일 오후 2시 도쿄 신오쿠보 아트코트홀서 대성황 이뤄

[우리문화신문=도쿄 이윤옥 기자]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 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객석을 꽉 메운 청중들이 하나가 되어 김민기의 아침 이슬을 부른다. 여기가 일본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고 기자도 함께 우리말로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어제 (729) 오후 2시부터 도쿄 신오쿠보의 아트코트홀에서는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 씨의 음악회가 있었다. ‘다문화공생의 거리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주제로 NPO법인 고려박물관 주최의 행사였다.

    

 


이정미! 부끄러운 일이지만 기자는  어제 공연에서 이름을 처음 들었다. 일본에 오기 전에 도쿄의 지인으로부터 “729일 이정미 가수의 음악회에 가볼거냐? 예약을 해야하니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고 좋다라고 했지만 전혀 이정미 가수에 대한 사전 지식없이 어제 음악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2시 부터 공연이었는데 미리 예약한 입장표(3000엔)를 지인이 갖고 있어 30분전에 음악회장에 도착했다.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30분에 도착한 음악회장은 벌써 초만원이었다.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 씨의 일본팬들로 가득 메운 공연장은  200여명을 수용하는 곳으로 좌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일찌감치 차버렸고 음악회는 대성황을 이뤘다

 

“(앞줄임)얼굴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

몇 개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

겨우 도착한 마을

케세이선을 타고 돌아가야지

이 마을도 또 고향에도..”  '이정미 작사, 작곡 케세이선(京成線)'

 

막이 오르자 이정미 가수가 직접 작곡하고 노랫말을 지은 노래가 해맑은 피아노 반주( 다케다유미코 '竹田裕美子')에 맞춰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도쿄 외곽으로 달리는 좁은 철로 위의 4량짜리 열차를 탄 소녀. 그 소녀는 철로 밑을 흐르는 강물을 바라다 보며 재일동포의 몸으로 태어나 일본 땅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을 것이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회색빛 슬픔으로 둥지를 튼 일본땅의 전설이 철커덕철커덕 시끄럽게 달리는 열차 바퀴 소리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타고 다니던 케세이선(京成線) 열차는 어쩜 오늘의 이정미를 있게한 원동력인지 모른다. 결코 멈춰서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달리는 열차, 때로는 새벽 안개를, 때로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때로는 눈보라 치는 겨울 찬 바람을 안고 달려온 열차. 이정미 가수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케세이센(京成線) ”을 들으며 기자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폐부 깊숙이 들려온다. 그러면서 어디선가 기적(汽笛) 소리가 울리는 듯 했다.


가수 데뷔 30여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차가 달리듯 달려온 그의 삶이 노랫말 속에 녹아 있었다. 이정미는 가수 이기 전에 시인이었다. 그런 감수성으로 그는 한국인의 정서에 딱 들어맞는 시를 찾아내었고 그 시를 작곡했다.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진달래, 김형준의 봉선화(홍난파 작곡), 도종환의 당신 무덤 곁에, 박세영의 임진강, 고은의 세노야 등등...이 노래는 어제 음악회 2시간 내내 가수 이정미가 열정을 다해 부른 노래 가운데 일부이다. 특히 김형준 작사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를 부를 때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한국인의 피를 나눈 정서란 바로 이런 대목의 공감이 아닐까?.


음악회의 막이 오르기 전 고려박물관의 이사장인 하라다쿄코 씨의 인사말이 있었다. 보라색 저고리에 회색 치마의 단아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하라다 이사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객석을 모두 메운 청중을 향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침략의 역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자들이 계속 정권을 쥐고 있다. 이러한 정권의 파렴치한 역사 인식을 비판하며 고려박물관은 민간 차원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부지런히 달려왔다. 재일동포들과 손을 잡고 차별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오늘 음악회를 통해 노래로 다문화 공생의 길을 걷고 있는 이정미 씨에게 큰 응원의 손뼉을 쳐주길 바란다.고 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 날 공연에 참석한 다카라 아이코(高良相子, 메구로 거주, 73)씨는 이정미 씨는 일본에서 대활약하고 있는 한국 출신 가수다. 이정미라는 한국이름을 당당하게 쓰면서 이 정도의 위치에 올라오기 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이정미 씨의 노래를 매우 좋아한다. 공연 뒤에는 반드시 테이프를 사서 집에서 날마다 다시 듣고 있다.”고 했다.

 

이정미라는 한국이름으로 당당하게 일본땅에서 다문화 공생의 삶을 노래하는 가수. 기자는 그런 당당한 가수 이정미의 삶에 큰 손뼉을 쳐주었다. 음악회 내내 말이다. 이정미 씨 아버지는 제주 출신으로

이정미 씨는 도쿄에서 태어났고 1982년 일본 국립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 (오페라 전공)했다. 음악대학 재학 중에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집회 등에서 노래한 것을 계기로 TV 드라마, 영화음악 작업 등에 참여하며 콘서트 활동 시작을 시작하여 연 간 100회 이상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



이정미 씨는 일본 전국의 시민단체와 공립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와 콘서트, 인권집회 등에서 노래하는 가수로 인지도가 높은 가수다.  지방의 작은 무대에서부터 도시의 큰 공연장까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일본 방방곡곡을 순회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사이의 진정한 화해와 상생을 위한 생명존중과 평화, 자연 예찬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03년에 한국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이후 여러번 공연을 가졌으며 8월 초에는 경남 합천의 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공연 일정이 잡혀있다고 했다. 한국이름 석자를 내걸고 당당히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 씨의 어제 음악회는 기자에게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