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와세다대학 서점 문고판 1위는 방랑시인 ‘마츠오바쇼’ 책

[맛있는 일본이야기] 410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와세대대학 서점에서는 어떤 책들이 잘 팔리고 있을까? 점심 무렵에 서점 안에 들어섰으나 방학이라 그런지 찾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서점 입구에는 등산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코너를 마련해 놓았는데 시작하자 등산, 일본 백 명산 등산지도띠위 등산 관련 책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다른 코너에는 일반 서점처럼 베스트셀러 책을 진열해 놓았는데 주간 랭킹을 문고판과 일반책으로 구분해서 순위를 3위까지 매겨 놓았다. 문고판 1위는 에도시대 시인인 마츠오바쇼의 오쿠노호소미치(細道)’ 2위는 스미노요루의 청춘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3위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였다.

 

한편 일반 신간의 1위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입문’, 2위는 무로마치 시대의 내분을 그린 관응의 요란(観応擾乱)’ 3위는 메뚜기를 쓰러뜨리러 아프리카로(バッタをしにアフリカへ) ’였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점이다 보니 시중의 베스트셀러와는 조금 다를 것이다. 특히 문고판 1위 자리에 마츠오바쇼 작품이 올라있는 것을 보면서 일본 대학생들이 고전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하이카이(俳諧, 5.7.5조로 이뤄진 일본의 정형시) 시인 마츠오바쇼(松尾芭蕉, 1644~1694)는 우리의 김삿갓처럼 방랑시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편으로는 하이카이의 시성(詩聖), 하이카이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오랜 연못에 / 개구리 뛰어드는 / 물 텀벙 소리

한적하구나 / 바위에 스며드는 / 매미소리

말을 하려니 / 입술이 시리구나 / 가을 찬바람

잿속 화롯불 / 사그라들고 / 눈물 끓는 소리


 

위 시(하이쿠)5.7.5(일본어 기준)라는 글자 수를 맞춘 극히 절제된 노래로 각각 1행이 하나의 완성된 시다. 짧은 말(5.7.5) 속에 계절이 주는 정서라든가 자연에 대한 시인의 느낌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고 있는 게 하이쿠의 특징이다 

 

마츠오 바쇼는 미에현(三重県) 하급무사 집안의 24녀 가운데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무네후사(宗房)19살 때 번()의 영주 후계자 도도 요시타다(藤堂良忠)와 하이카이를 통해 교분을 쌓았으나 요시타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자 고향을 떠나 교토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29살 때 근세 일본의 정치 중심지였던 에도(도쿄)로 올라와 변두리 오두막에서 은둔 생활을 시작한 이후 여행과 은둔 생활을 반복하다가 51살 때 여행지였던 오사카에서 숨을 거둔다.

 

바쇼는 살아생전에 그다지 큰 이름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사후에 제자들을 중심으로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추모 붐이 일어나 150주기에 해당하는 1843년에는 '하나노모토 대명신(本大明神)'이라는 신호(神號)를 받을 만큼 시성(詩聖)으로 추대되었다.


지금도 일본의 교과서에 그의 하이카이가 단골로 소개될 정도로 일본의 대중과 지식인 사이에 사랑받는 시인으로 그의 대표작 <오쿠노호소미치(細道)> 등은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일본 고전문화 이해의 길잡이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를 입증하듯 바쇼의 작품은 와세다대학 서점에서 문고판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