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을이 들어서는 때라는 입추가 왔어도 더위는 아직 그대로인데 입추가 지난 뒤의 더위를 남은 더위란 뜻의 잔서(殘暑)라 하지요. 이렇게 입추는 물론 심지어 말복 뒤에도 더위가 남아 있는 것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입니다. 또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로 넘어가면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기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지요.
입추가 지난 뒤에는 가을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특히 이때에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어 김장에 대비합니다. 이 무렵에는 김매기도 끝나가고 농촌도 한가해지기 시작하지요. 그래서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모내기와 보리 수확으로 매우 바쁜 달 5월의 “발등에 오줌 싼다.”, 가을걷이에 눈코 뜰 새 없는 10월의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의 표현과 좋은 대조를 이루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