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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동선본, 45년 세월의 퉁소잽이

[국악속풀이 32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포천의 소리꾼, 박영실이 포천 문화원에서 묵계월류 경기잡가의 소리판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묵계월은 자신만의 특유한 목구성을 지닌 명창이었고, 국가에서 인정한 예능보유자의 자리를 나이가 들었다고 스스로 용퇴한 최초의 양심적인 명창이었으며, 포천에서 발표회를 열게 된 박영실 역시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은 제자로, 선생의 경기잡가를 충실히 이어가는 동시에 <영평8경소리>를 활성화한 소리꾼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박영실은 포천시민은 물론, 우리 문화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 <적벽가><출인가> <선유가><방물가> 등 쉽지 않은 긴 호흡의 좌창을 12명의 제자들과 제창하였는데, 시종일관 자신있게 불러 주었으며 객석을 메운 포천시민들의 조용하고도 성숙된 감상태도도 훌륭했다는 이야기, 박명창은 포천의 <영평팔경>, 즉 여덟 개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 한시에 현대적 언어로 재창작을 하고, 새롭게 곡을 얹어서 <영평팔경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이를 노래와 춤, 연극으로 입체적 무대를 꾸며 꾸준히 공연되고 있어서 포천의 명물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동선본의 틍소 음악 이야기가 되겠다. 지난 75일 돈화문국악당무대에서는 퉁소잽이 동선본의 개인발표회가 열렸다. 퉁소의 전문연주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독주회를 준비했다고 하는 열의가 우선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잽이라고 하는 말은 차비(差備)의 순 우리말로 국악계에서는 그 분야의 전문연주자, 명인을 일컫는 말이므로 절대 비하하는 말이 아니란 점을 일러둔다.


 

동선본 명인은 퉁소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해 온, 이 분야의 정통파인 것은 국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이번에 발표회를 준비한 의미 또한 각별하다. 퉁소와 함께 생활해 온 지 45년 세월을 기념한다는 명분과 퉁소 전문가나 애호가 층이 점점 엷어져서 이대로 가다가는 퉁소음악의 장래가 위태롭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국악을 전문으로 지도하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대학의 국악과에서도 퉁소는 전공분야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퉁소의 전문 연주자는 다른 악기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에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 연주가의 양성이 어렵게 되어 있으니, 연주할 수 있는 악곡의 개발이나 새로운 음악의 확대에도 제한을 받고 있다.

 

퉁소음악이 활발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악기의 체제나 음색이 대금과 유사한 관악기라는 점과 악기의 체제가 비교적 길고 굵기 때문에 초, 중등학교 학생들이나 여성들은 신체적인 제한을 받는 것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일반 초 중등학교에서는 퉁소보다 작고 소리도 작은 단소를 선택하여 지도하고 있다.


통소(洞簫), 퉁소, 퉁애는 같은 악기를 두고 부르는 다른 이름들이다. 통소란 아래와 위가 통했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악기 중에서 관악기는 대금, 중금, 소금 등 가로로 부는 형태가 있고, 세로로 부는 악기들로는 퉁소를 비롯하여 고대 음악에 썼던 약()이나, (), (), 단소(短簫),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 태평소 등이 있다.

 

퉁소는 청공(淸孔)이 뚫려 있는 점에서는 대금과 유사하다. 청공이란, 소리의 울림을 맑게 하고 또한 크게 확대하기 위해 해죽(海竹)속의 얇은 막을 채취하여 붙이는 구멍이다.

 

틍소는 정악(正樂)과 민속음악에 두루 쓰였던 악기였다. 기록에는 고려 때 중국으로부터 유입되어 주로 당악(唐樂)계 음악에 편성되어 왔지만, 조선조 중기 이후에는 향악(鄕樂)에 쓰이기 시작하였는데, 악학궤범(樂學軌範)의 악기소개 그림에는 청공(淸孔)을 포함하여 모두 9공이었으나, 정악퉁소에는 청공이 없어지고, 시나위용 퉁소(일명 퉁애)에는 청공이 남아 있다.


   

현재 민속음악에 쓰이고 있는 퉁소는 주로 시나위나 산조, 함경도의 북청사자놀음과 같은 탈놀음을 연희할 때, 반주음악을 담당하는 악기로 쓰이고 있어서 퉁소는 함경도 지방에서 애호를 받아온 북쪽의 악기로 인식되고 있다.

 

사자춤을 흥겹게 출 때, 주위에 둘러선 여러 퉁소잽이가 함께 연주하는 사자놀음의 반주 음악은 그 소리가 크고 힘차면서도 청공의 울림이 애처로워 마치 북쪽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동선본이 퉁소와 인연을 맺게 된 연유도 함경남도 북청에서 월남한 부친의 영향이 컸다. 부친은 고향모임에 나갈 때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나갔고, 그래서 그는 어려서부터 북청사자놀이를 보고 자라게 되었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는 동주헌 선생께 애원성 소리를 배웠고, 본격적으로 북청사자놀음에 입문해서는 신선식, 전준식, 마희수, 김영곤, 변영호 명인들에게 직접 사사를 받아 이수를 하였다. 현재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조교에 올라 있으며 현재까지 외길로 퉁소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퉁소 전문가이다.

 

분단이후, 북쪽의 퉁소 문화가 위축되는 우리의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앞으로 이북 5도청이 더욱 강력한 전승의지를 갖고 퉁소음악의 문화재 지정이나 공연의 기회를 확대해 주기를 바란다.

 

중국 연변의 조선족 사이에서는 아직도 퉁소 음악의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중국에서는 조선족 소수민족의 퉁소문화를 자국문화에 편입시켜서 비물질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존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동선본을 중심으로 퉁소 연주자들이나 이 분야의 관련자들은 오래전에 <한국퉁소연구회>를 창립하고 학술지 발간과 학술대회, 퉁소연주회 및 음반작업, 한중 교류연주 등, 퉁소음악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활동을 꾸준하게 지속해 가고 있으며, 관심 있는 애호가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분단의 역사가 퉁소의 역사처럼 느껴지고 있는 시점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 퉁소음악의 대표잽이 동선본의 독주회를 축하하며 이 무대를 통해 퉁소를 생활 속에서,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