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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엔 병을 치료해준다는 철불이 있다

[맛있는 일본이야기 41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디가 아픈 것일까? 중년 남자는 몸을 조아리고 연신 철불(鐵佛)을 씻어 주고 있었다. 도쿄 스가모 고간지(高岩寺)에는 병 치료에 영험한 철불(鐵佛)이 있는데 이 철불을 만지면 온갖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있어 특히 고령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철불 이름은 도게누키지장(とげぬき地蔵, 바늘을 빼준 지장이라는 뜻)으로 옛날 한 무사의 시녀가 바늘을 삼켜 고생하다가 이 철불에 기도하여 바늘이 빠졌다는 뜻에서 유래한다.

 

지장보살은 지옥에 떨어지는 중생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성불을 못 한다는 보살로 한국의 경우 명부전(冥府殿)의 주존불로 믿고 있다. 명부전을 지장전이라고도 부르며 명부의 심판관인 시왕(十王)이 있다고 해서 시왕전이라고도 한다. 지장전에는 지장보살상을 중심에 모시고 좌우에 도명존자, 무독귀왕, 그 좌우에 시왕을 안치하고 앞에는 동자상판관(判官)녹사장군(將軍) 따위를 갖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절에 따로 명부전이 없으며 고간지(高岩寺)처럼 지장보살상 만을 모시거나 자녀를 지켜주는 뜻으로 아기를 안고 있는(子安地蔵) 형태의 지장보살상을 모시는 곳도 있다. 관서지방에서는 지장봉(地蔵盆, ()이란 한가위를 가리킴)이라고 해서 한가위 때 어린이축제로 지내고 있는 곳도 있다.

 

또한 지장보살은 토속신인 도조신(道祖神)과 융합되어 일본 전국에 석상으로 세워져 믿기도 한다. 특히 이 경우에는 지장보살 6(地蔵菩薩 6)를 나란히 세우기도 하는데 이것은 불교의 육도윤회 사상을 기초로 한 것으로 지장보살이 육도윤회에 빠지지 않도록 보살핀다는 뜻을 품고 있다. 지장보살 6체는 무덤 입구에 나란히 세워놓기도 한다.

 

지장보살은 억압받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 나쁜 꿈에 시달리는 사람, 몸이 아파 괴로운 사람 등을 모두 하나같이 보살펴 주는 보살이다. 어쩌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보살 아닐까? 스가모 고간지(高岩寺)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그러한 몸의 병을 간절히 낫기를 바라는 뜻에서 찾아 오는 것일지 모른다.


 

초등학생 키만 한 크기의 철불 앞에는 언제 봐도 늘 긴 줄이 서있다. 주로 연세 드신 분들이 많지만 더러는 외국인 모습도 보인다. 아마도 도쿄 안내 책자에서 스가모 지장보살의 영험(?)을 읽은 모양이다. 고간지(高岩寺)가 있는 스가모 일대는 지장보살상 말고도 볼거리가 많다. 우리로 치면 재래시장 격인 상점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도 많이 변한 느낌이다. 글쓴이가 드나들던 이십여 년 전과는 완전히 탈바꿈된 모습이다. 상점가의 낡은 건물은 모두 새 건물로 바뀌었다. 건물이 바뀌니 다루던 품목도 많이 바뀌어 커피숍도 들어서 있는 등 왠지 시골장터가 슈퍼마켓으로 바뀐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재래상점가로 명맥은 이어가고 있다. 시장구경도 하고 고간지의 지장보살 친견도하면 일석이조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