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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전시] 사진, 꿈에서 그런 것 처럼

사진공간 배다리 2관 차이나타운 전시관,8월12일부터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아버지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짧은 글을 생각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라고 써 놓고 는 왜 이렇게 써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었다.'로 쓰면 불효인 듯 한 생각이 들었고, 아버지와 나 사이에 거리감을 느꼈다. 원래 모든 관계는 적당한 거리가 있다.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죽었다''돌아가셨다' 사이의 거리는 아버지와 나 사이에 있었던 거리와는 다르게 생각되었다.
 

정작 글을 쓰면서 '아버지가 죽었다'가 아닌 '풍선을 주웠다'로 시작했다. 길을 가다가 풍선을 보았고, 주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글은 완성되지 못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나에게 풍선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날 생각했다. 지난 5년 여 동안 메모해 둔 토막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이 메모들이 나의 풍선은 아닐까.

그렇다면 아버지의 풍선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는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먹고  살기 위해 '선학동'에 정착했다. 빈손으로 시작해 삼십 여 년 만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마당에 자두나무와 살구나무를 심었다. 동네 분들에게 막걸리 한 사발도  건네었다. 이 모든 것들이 아버지의 풍선은 아니었을까?


'선학동'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아버지와 나에 대한 거리를 기억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다. 기억은 과거에 있었던 사실에 대한 메모와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떠올리는 기억은 해석된 것이어서 허구에 가깝다. 살아가면서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해석된 허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과 같다. 해석된 허구는 기도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죽었다''돌아가셨다'의 차이보다는 해석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울타리를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아버지가 '선학동'이라는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느꼈을 희노애락을 '선학동'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것 같다. 이제 막 '선학동'이라는 산에 발을 딛었으니 올라가 볼 일이다. 이 결과물은 산을 오르기 위해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장덕윤'선학동'에서


<사진, 꿈에서 그런 것 처럼> 전시 안내
2017. 8. 12 ~ 8. 25
김윤호 김용복 손권홍 장덕윤
사진공간 배다리 2관 차이나타운 전시관
오프닝 : 2017. 8. 12  오후 5: 30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