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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일본 아오모리에서 찾은 신라신사 4곳

시라기(しらぎ)가 아닌 신라(しんら)라고 부르는 신사들

[우리문화신문= 아오모리 이윤옥 기자] 일본 도호쿠지방(東北地方)인 아오모리현의 네부타마츠리(81~7)를 참가하고 찾은 곳은 신라신사(新羅神社)였다. ? 도호쿠지방에 웬 신라신사? 라고 할지 모르나 이곳에는 4곳의 신라신사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3개의 신라신사와 1개의 합사(여러 신사를 하나로 모은 곳)가 있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하치노헤시 쵸우자산(八戸市 長者山언덕에 자리한 신라신사요,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은 미노헤 난부지역(三戸郡南部町)의 신라신사와, 아름다운 호수 도와다코(十和田湖) 주변에 있는 신라신사로 창건 1,100여년에 이른다.

    

 




가장 규모가 큰 쵸우자산 신라신사는 《하치노헤번일기(八戸藩日記)에 따르면 1678년 이 지역의 2대 번주인 난부나오사마(南部直政, 1661~1699 )가 이 지역사람들의 오곡풍요와 무병장수를 위해 5천평의 대지에 신라신사를 세웠다고 한다. 난부씨(南部氏)가 세운 이 신라신사는 야마나시현(山梨県)의 신라신사와 시가현(滋賀県)의 미이데라 신라선신당(三井寺 新羅善神堂)과 연관이 있는 신사라고 전한다.    

 

아오모리(青森)라는 곳은 땅이름이 말해주듯 푸른 숲, 푸른 산으로 이뤄진 도시답게 관동지방과 달리 교통이 불편하다. 따라서 버스를 갈아타고 유적지를 찾는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기자를 안내한 요우코 부부는 네부타마츠리 취재를 위해 모처럼 찾은 아오모리 방문 때에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있냐는 사전 문의가 있어  신라신사를 안내해달라고 주문해 놓은 상태였다.

 

11()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나와 산간지역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4곳의 신라신사 순례를 마치고 보니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말았다. 해질녘 가장 나중에 찾은 쵸우자산(長者山) 신라신사 본전(本殿) 앞뜰에는 하루 일과를 마친 신직(神職, 신사의 주인)이 전각(殿閣)을 둘러보고 있는 참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온 기자를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건네주는 등 이곳 신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본에서는 고대 3국의 하나였던 신라(新羅)를 현재 시라기(しらぎ)라고 부르지만 이곳의 신라신사는 한국 발음 그대로 신라(しんら)’로 발음하고 있다. 기자가 확인한 쵸우자산(長者山) 의 신라신사를 비롯한 도호쿠지방(東北地方)4개의 신라신사는 고대 신라인이 건너와서 세운 게 아니라 가마쿠라 막부를 연 미나모토 장수 집안과 관련이 있는 신사였다.

 

그렇다면 미나모토 장수 집안과 신라와는 대관절 무슨 관계일까? 헤이안 말기의 장수인 미나모토 요리토모(源頼朝)의 아들 요시미츠(義光, 1045~1127)는 간푸쿠 (元服, 나라시대 이후 남자의 성인식때에 오오츠의 신라선신당(新羅善神堂)에서 성인식을 치룬 뒤에 성을 미나모토()’에서 신라사브로(新羅三郞)’로 고쳐버렸다. 신라사브로라고 고친 미나모토()씨는 고대 한국계인 오오토모(大友) 씨의 후손이다.

 

아버지에 이어 가마쿠라 막부를 뒤흔든 절대 권력자인 요시미츠는 간푸쿠(성인식) 이후 조상의 나라 이름을 넣어 지은 신라사브로 요시미츠(新羅三郞義光)가 되었고 그의 사후 그는 신라신(新羅神)으로 도호쿠 지방의 신라신사에서 모셔지게 된 것이었다.

    

 


신라사브로 요시미츠가 간푸쿠(성인식)를 한 신라선신당은 시가현의 천년사찰인 미이데라(滋賀県大津市園城寺町246 소재, 三井寺, 일명 園城寺 엔조지’) 안에 있는 곳이다. 


이마이케이치(今井啓一교수는 귀화인과 사사(帰化人社寺)에서 이르길 신라선신당은 미이데라의 오사진수(5社鎭守)의 하나로 북원(北元)에 속한다. 이 신사의 본존인 국보 신라명신의 신상(神像)은 산형(山形)의 관을 쓰고 갈색 도포를 입었으며 흰수염을 기른 모습이다. 이 분이 일본의 개국신인 스사노오미코토(素盞烏尊)이다. 이곳 신라선신당 보전(寶殿)에서 미나모토노 요리요시(源賴義)의 아들 요시미츠는 간푸쿠(元服, 성인식)를 했으며 미나모토()’에서 신라사브로(新羅三郞)’로 성을 고쳤다.”고 했다.

 

신라사브로 요시미츠가 성인식을 치룬 시가현 오오츠의 신라신선당과 아오모리에 있는 신라신사의 거리는 무려 1,200여 킬로미터이다. 요즈음 발달된 육지 교통으로만도 17시간 이상 거리인데 헤이안시대(平安時代 , 794~1185)에 이곳 아오모리에 신라신사를 세운 사람들은 대관절 얼마나 신심이 깊은 사람들일까를 생각해본다.

 

특히 쵸우자산(長者山)의 신라신사에서는 1년 내내 굵직한 행사를 하는데 217일에는 엔브리축제(えんぶり)라고 해서 거북이나 학 등 상서로운 새나 동물 모양의 가면을 쓰고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마을을 도는 행사를 하는데 이곳의 중요무형민속문화재(重要無形民俗文化財)1979년 지정되었다.

 

또한 81일부터 3일간 아오모리 하치노헤시(八戸市)에서 열리고 하치노헤 3사대제(八戸三社大祭)에는 쵸우자산 신라신사(長者山新羅神社)를 포함한 3곳의 신사가 중심이 된 마츠리를 하는데 해마다 관광객이 110만명이 찾아 올 정도로 유명하다. 이 역시 2004년 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번 아오모리 방문에서는 네부타마츠리 외에 신라신사의 마츠리는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호쿠 지방의 신라신사 4곳을 돌아보면서 천여 년의 세월이 바로 어제인 듯 느껴보았다. 특히 아름다운 도와다코호수에서 멀지 않은 도와다코쵸(十和田湖町)에 있는 신라신사는 맨 처음 찾은 곳으로 새빨간 도리이(신사 입구에 있는 신성한 지역을 표시하는 문)新羅神社라는 편액이 인상 깊었다.


옅은 안개가 깔린  삼나무 참도(參道) 가 아름다운 도와다코쵸(十和田湖町)의 신라신사를 비롯하여 아오모리의 4곳의 신라신사를 돌아보며 기자는 고대 일본과 신라와의 관계를 그려보는 값진 시간을 가졌다. 교통이 불편한 이곳에서 하루종일 차량을 제공하며 신라신사를 안내한 요우코 씨 부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늘 가까이에서 보아온 신라신사와 일본과의 관계를

이번 답사를 통해 더욱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씨 고운 이 부부와와 교류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4곳의 신라신사(新羅神社) 위치, 현지 마을에 가서 물으면 빨리 찾을 수있다>

   

1)青森県十和田湖町大字奥入瀬字北向十

2)青森県南部町小向字早稲田

3)青森県八戸市長者山

4)합사된 곳: 櫛引八幡宮 내의 新羅神社:青森県八戸市八幡字八幡丁三番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