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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추사의 세한도와 오원의 호취도 견주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62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어선생님 댁에 가서 처음 클래식 음악이란 걸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놓고는 들어보라고 하셨습니다. LP판에 녹음된 것은 그 유명한 명곡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일명 운명교향곡이었지요. 연주는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였고, 지휘자는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았던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였습니다. 처음엔 졸린 듯 했지만 이후 나는 강렬한 빠빠바밤하는 부분에 도취되어 정말 이 곡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베토벤 5번 교향곡은 5명의 지휘자를 비교하면서 들어보기도 했지만 처음 강렬하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앙세르메는 그 유명한 카라얀도, 푸르트벵글러도, 번스타인도 내 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지요. 이렇게 갑자기 서양음악 클래식 얘기를 하는 것은 한국문화에서도 어떤 음악이 어떤 그림이 으뜸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그냥 각자가 좋은 대로 느끼면 그만일 것입니다.



 

여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와 오원 장승업의 호취도(毫鷲圖)”가 있습니다. 호취도는 독수리의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진한 먹과 엷은 먹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속도감 있는 필선을 보면 시각적 쾌감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호취도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세한도는 일체의 기교나 꾸밈을 버리고 오로지 거친 갈필(渴筆, 붓에 먹물을 슬쩍 스친 듯이 묻혀서 그리는 기법)로 절제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유배됐던 추사의 상황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지요. 이 두 그림을 두고 어느 것이 뛰어난 지를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