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경복궁 영추문은 왜 꽁꽁 닫아놓았나

영추문 개방도 적폐청산의 하나다

[우리문화신문=김슬옹 세종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사무총장]  경복궁 네 개의 문 가운데 서쪽의 영추문은 늘 닫혀 있다. 나가는 것만이라도 가능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거대한 빗장으로 닫아 놓았고 의경이 얼씬도 못하게 막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청와대 경호를 이유로 막고 있는데 청와대 앞마당까지 개방한 문재인 정부도 이곳만은 아직 열지 않고 있다.

 

필자는 훈민정음 관련 핵심 기관인 경복궁 집현전부터 세종생가터를 거쳐 서울시가 만들어놓은 한글가온길 답사 행사를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해오고 있다. 노 정권 때는 당연히 자유롭게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가 막히게 그 거대한 문이 닫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사정을 얘기하면 열어 주기도 했는데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속된 말로 그 어떤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경호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설마 새 정부도 그러랴싶어 20여명의 답사단을 이끌고 726일 오후 4시 무렵 나가는 것을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불가능했다. 30도가 넘는 찜통더위에 70세 이상 노인 분과 몇 명의 어린이까지 있어 하소연까지 했으나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의경은 무척 호의적이었으나 상부에 무전기로 보고하니 흘러나오는 상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노인과 어린이가 몇 명이며 상태가 어떠한 지도 묻지 않고 단칼에 안 된다는 소리만 연발했다. 절로 탄식이 나왔다. 이것이 적폐로구나. 새 정권의 힘이 아직 미치지 않았구나. 인솔자로서 박근혜 정권이 불법으로 막아 놓은 영추문이 개선되었는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

 

그런데 청와대 경호가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은 영추문 앞길은 약간의 통제는 하지만 누구나 지나다니는 길이다. 오히려 청와대와 더 가까운 신무문은 통과가 가능하다. 한글을 반포한 경복궁에서 세종 나신 곳인 세종마을(서촌) 통인동까지 가려면 이 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만일 이 문이 아니라면 30분을 더 돌아서 가야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복궁은 음양오행 철학과 가장 이상적인 건축 과학을 완벽하게 적용한 세계 유일의 궁궐이다. 큰 문만 하더라도 근정전을 중심으로 남쪽에 광화문, 북쪽에 신무문, 동쪽에 건춘문, 서쪽에 영추문을 배치하여 오행을 적용했다.

 

영추문은 서쪽 태백신을 상징하는 백호 두 마리와 우리의 전통인 삼태극이 그려져 있는 신령스런 문이기도 하다. 이런 철학이 아니더라도 문은 드나들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야 온갖 것이 나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며 나라의 기운이 뻗어나가는 것이다. 조선시대 때는 경복궁 궐내각사에서 일하는 인근 마을에 사는 관리들이 드나드는 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주의 소통 시대에 경호상의 이유로 문을 막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