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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이 선물을 하나 구입해 왔습니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 대의의 장 8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유성룡은 눈을 뜨고 희미하게 웃으면서 김충선을 바라보았다. 신뢰가 담겨있는 눈빛이 김충선의 일신을 자극했다.

어서 쾌차하시어 개벽의 대업에 동참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 명량의 대승이 존재하기에 그대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네. 감축 하네 김장군!”

김충선이 황급히 허리를 숙이고 절을 올렸다.

이 모든 것이 대감의 안배가 아니 옵니까. 정도령 역시 대감의 천거라 들었습니다.”

천거는 무슨......때가 되어서 환생(幻生)한 것이지.”

......생이라니요?”

김충선이 놀라서 물었으나 서애 유성룡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보다 이장군은 용태가 어떠하신가?”

대감에 대한 심려가 가득하십니다.”

허헛, 나에 대한 것은 이미 정도령을 통해서 들었을 것인데......정신이 경망(輕妄)되지 않으니 육체의 고통쯤은 별거 아니지.”

김충선은 여기서 정도령의 추측이 맞았음을 직감했다. 서애 유성룡의 행동 하나하나는 철저한 지략에 의한 것이었다. 명나라 사신 사헌을 자극하여 스스로 장형에 처해진 것 역시 치밀한 내막이 존재할 것이었다. 유성룡은 정치에 있어서 입신(入神)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은 아닐까?



끄응--”

문 밖에서 신음소리가 울려오자 유성룡이 귀를 기울였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소생이 선물을 하나 구입해 왔습니다. 엽전을 좀 드려서요.”

선물이라면 좋은 것이겠지. 더구나 돈을 들였다면.”

김충선은 대기 중이던 서아지와 준사에게 지시했다.

자루를 풀게.”


유성룡은 몸을 일으켜서 김충선의 부축을 받으며 사랑채 밖으로 나갔다. 어둠이 깔려 있는 안마당에는 씹다가 만 밥풀이 입가에 붙어있는 사헌이 자루 속에서 기어 나왔다.

...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사헌은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급기야 서애 유성룡과 눈이 마주쳤다.

쯧쯧, 사신에게 무례한 대접을 했구나.”

유성룡이 혀를 차자 사헌은 손가락질을 했다.

이번에는 곤장이 아니라 죽음을 당하려고 사신을 이리 납치해?”

김충선이 호통을 쳤다.

개소리 짖지 마라!”

그의 시선이 얼마나 살벌 했던지 사헌은 오줌을 찔끔 거릴 뻔하였다. 갑자기 사지가 부들부들 떨려오며 그 좋던 기세는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 사태가 파악된 것이다. 이들이 자신을 납치하여 끌고 와서는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오직 하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