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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을 욕보이고 살기를 바란다는 건 무리지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 대의의 장 9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살려주시오.”

사헌은 표독스럽고 거만했지만 약삭빠른 위인이었다. 자신이 사지에 빠졌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에 살기 위한 몸부림도 시작되었다. 그는 유성룡에게 간절한 애원의 눈빛을 발하였다. 서애 유성룡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사헌에게 충고했다.


미안하오. 당신의 목숨을 관리하는 것은 내가 아니오. 이 젊은이에게 구걸해야 할 것이오.”

사헌은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오로지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나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김충선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살려만 주시오. 내가 잠시 미쳐서 그랬소. 용서해 주시오.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는 맹세코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사헌은 명나라 사신으로 거들먹거렸던 위세는 간곳이 없고 오로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한 비굴함으로 애원했다. 김충선은 그때 몹시 모질었다.

대감을 욕보이고 살기를 바란다는 건 무리지.”

퍼억!

김충선은 명나라 사신 사헌의 안면을 사정없이 발로 걷어찼다. ‘어이쿠하는 비명과 더불어 사헌은 뒤로 나가 자빠졌다. 금방 그의 코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김충선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대감께서 몰지각한 사신 놈에게 장형 40대를 당하셨다. 곱으로 80대다. 손과 발을 사용하되 후에 말썽이 생기지 않도록 처리해라.”

......장군!”



김충선은 서애를 부축하여 사랑채 안으로 들어가고 사헌은 공포에 자지러지면서 소리쳤다.

대감, 장군, 제발 살려주시오. 내가 이렇게 두 손 모아 빌겠소. 제발!!”

사랑채의 문이 닫히자 준사가 한 손으로 사신의 머리를 잡아 당겨 일으켰다. 아직도 코피가 줄줄 흘렀다.

부디 목숨만.”

그래 되도록 빨리 걷어가마.”

파악!


준사는 몸을 틀면서 자신의 팔꿈치로 사헌의 턱을 강타했다. 이빨이 우수수 부러져 나가면서 목이 홱 돌아갔다. 그대로 나뒹굴려는 사헌의 복부를 이번에는 서아지가 공을 올려 차는 것처럼 발길질을 했다. 사헌은 돼지가 도살당할 때 내는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을 벌레처럼 기어 다녔다. 사헌의 몸 위로 무수한 발길질이 행해졌다. 사헌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헐떡거렸다. 순식간에 그의 온 몸은 핏물로 흠뻑 젖었다. 준사와 서아지는 냉혹한 표정으로 사헌의 머리통과 허리, 복부 등을 계속하여 가격했다.


약골이군. 아직 열아홉 대나 남았는데.”

사헌은 전신의 뼈란 뼈는 모조리 부러지고 장기는 파열되어 끝내 사망했다.

마무리를 하고 오겠습니다.”

준사와 서아지는 사헌을 담아왔던 자루에 다시 그를 집어넣어 메고 나갔다. 다시 정적이 찾아 들었다. 방금 전에 서애 유성룡의 안채에서 어떤 잔인한 살인이 발생 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서운 세상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