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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세자 이혼(李琿)도 죽일 수 있겠는가?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 대의의 장 10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서애 유성룡은 누운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김충선은 그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앉아서 고개를 조아렸다.

대감을 위해(危害)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소생의 손에 죽을 것입니다. 비난(非難)하는 자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서애 유성룡은 천정을 바라보며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게 위해를 가하려 할 것이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난을 하게 될 것이야. 그때마다 죽인다면 조선에는 누가 남을 수 있겠는가?”

새로운 하늘을 위해서라면 어떤 임무라도 상관없습니다.”


서애의 시선이 김충선에게로 옮겨졌다.

이 이름도 가능하겠나?”

누구를 말하시는 겁니까?”

서애 유성룡의 입에서 놀랄만한 호칭이 튀어 나왔다.

광해군! 세자 이혼(李琿) 말일세.”

김충선은 그대로 경직되어 버렸다. 광해군은 친구인 김덕령이 주군으로 모셨던, 조선의 다음 왕위를 이어받을 세자이다. 한때 김충선은 친구를 대신하여 광해군의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도 했었다. 만일 그 광해군을 제거해야 할 시기가 온다면 어찌할 것인가를 서애 유성룡이 묻고 있는 것이다.



"혁명에는 반드시 피의 대가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김충선은 고민 끝에 여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서애 유성룡은 찬동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집권자들의 욕망이지. 위대한 혁명이란 타협과 협상, 소통이어야 하네. 그것이 우리의 개벽에 절대적으로 요구 되는 것일세. 자네의 혈기를 신뢰하네. 또한 나날이 성장하는 정치적 안목을 지지하고 있어. 여진으로 누르하치와 담판을 지으러 갔다는 그 모험과 용기, 협상을 위한 전략을 난 절대 신뢰하네. 그동안 역사 속에서 자행 되었던 왕권 찬탈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또 죽이는 피의 숙청(肅淸)을 우리는 답습하지 마세. 우리의 개벽은 창조적이어야 하네. 독창적이어야 하네. 이것은 나와 정도령이 동시에 추구하는 새 하늘이지. 이순신의 꿈꾸는 나라를 그런 피의 바다위에 세워서는 안 되네.”


김충선의 뇌리에 커다란 깨우침의 범종이 맑은 메아리가 되어 울려왔다. 마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좌선에 들어간 승려가 부처님의 설법을 각성(覺性)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열려졌다.

, 대감!”

, 세자 광해를 이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김충선은 즉시 몸을 단정히 하고 아뢰었다.

개벽의 진정성을, 원대한 새 하늘을 광해군도 참여하여 우리 모두 더불어 열어야 하옵니다. 그와 협상을 시도 해야지요.”

서애 유성룡의 입가에 밝은 웃음이 솟아나왔다.

그것일세. 진정한 개벽의 의미는!”

 

- 위대한 혁명이란 타협과 협상, 소통이어야 한다. 개벽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화합(和合)에 존재한다! -

 

서애 유성룡의 정치 철학에 감동한 김충선은 한 동안 서애의 발아래 꿇어 엎드려 감히 일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