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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편지

오늘은 백로, 포도지정이 그리운 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639]

[신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꼬리가 긴 잔서(殘暑, 남은 더위)도 차츰 물러가고 산양에는 제법 추색(秋色, 가을빛)이 깃들고 높아진 하늘은 한없이 푸르기만 하다. 농가 초가집 지붕 위에는 빨간 고추가 군데군데 널려 있어 추색을 더욱 짙게 해주고 있는가 하면 볏논에서는 어느새 훠이 훠이새를 날리는 소리가 한창이다.”

 

위 글은 秋色고추빛과 더불어 白露를 맞으니 殘暑도 멀어가란 제목의 동아일보 195998일 치 기사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다섯 째 <백로(白露)>인데 위 글은 백로 즈음의 풍경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백로는 흰이슬이란 뜻으로 이때쯤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는 뜻이지요. 백로부터는 그야말로 가을 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때입니다.


 

이때쯤 보내는 옛 편지 첫머리를 보면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하시고…….” 하는 구절을 잘 썼는데, 포도가 익어 수확하는 백로에서 한가위까지를 <포도순절>이라 하지요. 또 부모에게 배은망덕한 행위를 했을 때 <포도지정(葡萄之情)>을 잊었다고 하는데 이 포도의 정이란 어릴 때 어머니가 포도를 한 알, 한 알 입에 넣어 껍데기와 씨를 가려낸 다음 어린 자식에게 입으로 먹여주던 그 정을 일컫습니다. “백로”, 어머니의 <포도지정>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