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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조선시대 호조서리가 본 서울 모습은?

서울역사편찬원, 서울사료총서 제14권 ≪(국역) 공사기고≫ (2책) 펴내
19세기 세도정치기 서울에 살던 하급 관리 ‘이윤선’의 일기 뒤침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서울역사편찬원(구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원장 김우철)은 서울사료총서 제14(국역) 공사기고를 펴냈다. (국역) 공사기고19세기 서울에 살던 하급 관리 이윤선의 일기를 번역한 책이다. 이 책은 헌종부터 고종초기까지 약 30년 동안 자신의 업무와 일상생활을 기록한 이윤선의 일기이다. 원본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필사본 일기로 모두 4책이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국역)공사기고2책으로 발간하였다.

 

일기의 주인공 이윤선은 누구인가?

공사기고1990년대 학계에 소개되었다. 20여 년 전에 이미 그 존재가 알려졌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일기 주인공이 역사상의 중요한 인물(또는 그 주변 사람)이거나 학식을 갖춘 지식인도 아니며, 당시 역사적 사건에 깊이 개입한 인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사기고를 쓴 이윤선은 특별한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지만, 바로 이점이 세도정치기 서울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윤선은 세도정치기 단순한 하급 관리가 아니었다. 이윤선은 25년간 호조 서리를 역임하였는데, 그 배경에는 주공영감(主公令監)이라 부르는 세도가의 인물이 있었다. 이윤선과 주공영감은 공생적인 관계를 형성하였다. 이윤선은 주공영감 도움으로 호조 서리직을 얻었고, 그 대신에 세도가의 잡다한 실무를 담당하였다. 공사기고에는 이윤선과 그의 아버지가 주공영감댁의 지방 추수 상황을 살피거나, 지방으로 출사한 주공영감의 서울 집을 대신 관리했던 내용이 나온다.

 

세도가의 바로 옆에서 바라본 19세기 모습은?

이윤선은 18~19세기 서울의 특별한 사회계층인 겸인(傔人)이었다. 겸인은 양인층으로 스스로 세도가를 주공으로 섬기며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노비 또는 천인 하인과 구별된다.


주공영감의 정치사회 위상이 자신의 위치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당시 정치사회상도 일기에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공사기고에는 철종 즉위로 삭제된 이원경 모반사건 관련 내용도 나온다. 헌종 10년 철종의 이복형이 관련된 이 사건은 철종이 즉위 이후 승정원일기조선왕조실록관찬 기록에서 지워졌다.

 

공적인 기록과 사적인 내용이 공존하는 공사기고19세기 사회속의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이윤선은 당시 주요 사건 사고 뿐 아니라, 방교와 대창동(오늘날 남대문로 일대)에 살면서 정월 보름날 다리밟기를 하고, 한강 일대 뱃놀이를 하던 세세한 일상까지 모두 일기에 기록했다. 공사기고는 관찬자료나 양반들의 관점에서 놓치고 있던 틈새의 역사상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조선시대 서울의 사회문화상 연구를 심화시키는데 이바지할 것이다.

 

이 책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1층에 자리한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판매가 10,000), 향후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hitory.seoul.go.kr)에서 전자책으로 열람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