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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특파원 함종혁 손에서 비롯된 경주 이야기

특집진열 “경주를 기록하다. 특파원 함종혁”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2017년 오는 1115()까지 신라미술관에서 특집진열 소중한 추억, 나만의 보물그 네 번째 전시로 경주를 기록하다, 특파원 함종혁을 열고 있다. “소중한 추억, 나만의 보물은 누구나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소중한 물건과 그것에 담긴 사연을 소개함으로써 개인의 기억을 공유하고 모두의 역사로 기록하고자 마련한 전시로 지난해에는 애국지사 일성 조인좌의 유품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동아일보 특파원으로 1963년부터 1980년까지 활동했던 함종혁(1935~1997)의 유품과 기사를 통해 지난 날 경주의 모습을 돌아본다.

 

발굴의 시대, 특종을 찾아

 

함종혁은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1963년 동아일보 특파원으로 경주에 부임하여 석굴암 최종결정 내릴 제1차 복원공사(1963.8.16.)”를 시작으로 천룡사(天龍寺) 기와 가마는 사찰 전용(1980.11.24.)”까지 2백여 건에 달하는 기사를 송고하였다. 처음과 시작에서 볼 수 있듯, 기사 대부분은 경주의 문화유산에 관한 것이다. 특히 1973년부터 1975년까지 천마총, 황남대총 등 황남동 일대의 신라 능묘가 발굴될 때는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특종을 다투었다. 그리고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도굴과 훼손의 위기에 놓인 문화유적에 관심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그의 기사는 경주 문화 유적이 걸어온 길을 보여준다.




애정 없이는 포착할 수 없는 일상을 담다.

 

함종혁은 문화유산 뿐 아니라 경주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신라문화동인회,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에밀레극회, 경주시립국악원 등 경주의 문화 단체 및 예술인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였다. 모두가 황남대총 발굴을 기다릴 때, 경주 사람들의 반대 의견을 알린 것도 그였다. 견습이발사로 이발소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무료로 고아들의 머리를 깎아주었던 이상민씨의 이야기나, 입어권 조정에 한 숨 쉬는 감포의 해녀, 병에 걸려 하얗게 말라가는 벼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월성의 농민, 겨울철 잔디가 얼까 봉분을 덮는 부녀자들의 사진은 애정 없이는 포착할 수 없는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기억 저편에 사라져가는 경주의 옛 모습




 

함종혁은 호를 남천(南遷)이라 하였다. 고향인 양양에서 남쪽의 경주로 내려왔다는 의미로 경주는 그에게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의 기사는 경주의 옛 모습을 꼼꼼하게 담고 있다. 1978년에는 스테인레스가 보급되면서 점차 명맥이 끊기고 있는 놋전의 모습을 기록하였다. 당시 “2곳 밖에 안 남았던놋그릇 공방은 이제 텅 빈 공터가 되어버렸다. 그밖에도 대왕암까지 피서객을 실어 날랐던 봉길해수욕장의 보트나, 무리한 증축으로 무너진 관광호텔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의 기사와 사진은 기억 저편에서 잊혀져가는 경주의 옛 모습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개인의 기억을 모아 모두의 역사로

 

그의 기자 생활은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에 따라 지방주재기자 철수가 단행되면서 막을 내렸다. 그는 이후 광고국, 경북동부영업소에서 근무하다 퇴사하여 포항신문 편집국장, 경주신문 편집위원 등을 지냈다. 이번 전시는 아들 함지훈이 간직하고 있던 아버지의 카메라와 사진앨범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 개인의 기억이 모여 역사가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래 전 이 카메라가 담았던 수많은 추억들이 역사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