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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아이캔스피크, 나옥분 할머니의 위대한 승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아이 캔 스피크

아이 캔 스피크


 

나는 말할 수 있다(아이 캔 스피크),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921일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를 봤다. 사전 지식없이 위안부 관련 영화라는 정도만 알고 가서 그런지 영화가 시작되고 한참 지날 때 까지 이야기의 얼개에 대해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

 

시장 안에서 옷수선을 하는 나옥분(나문희 역)은 동네의 까탈스런 시어머니다. 시장 안에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일일이 지적하는 나옥분은 이미 구청에서도 민원꾼으로 소문난 할머니다. 그런 나옥분의 과거를 눈치채기까지 영화는 많은 인물을 등장시켜 과거 위안부의 삶을  살아야했던  나옥분의 과거를 이끌어 낸다.

 

특히 구청에 새로 부임한 박 주임(이제훈 역)으로부터 영어를 배우겠다는 집념을 보일 때 까지도 나옥분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가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과거를 말할기 위해서 였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당당히 미의회 청문회에 나가 일본군이 저지른 성노예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기 전까지 나옥분의 한은 분출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삶을 시장 상인들조차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저 평범한 시장 안의 옷수선 집 할머니 나옥분은 그러나 쓰라린 과거를 잊지 않았다. 아니 잊을 수 없었다.  또박또박 몽당연필로 영어 단어를 눌러 써가며 영어를 배운 것은 자신의 한 맺힌 위안부의 삶을 알리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음을 관객들은 영화 말미에 가서 알게된다. 13살 소녀가 만주의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가 겪어야 했던 두려움과 수모, 고통들이 작의적이지 않게 스크린 곳곳에 비춰진다. 그래서 더욱 어린 나옥분의 과거에 관객들이 안타까움을 갖게 만든 것인지 모른다.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감추고 한 평생을 살아온 나옥분의 가슴은 이미 까만 숯덩어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동네의 온갖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 해결사로 자청한 것도 어쩜 그녀가 감췄던 위안부 소녀시절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

 

돈이 얼마면 되겠냐?’ 이는 미의회 청문회장을 나오는 나옥분에게 일본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돈은 필요없다. 한마디라도 진정한 사과를 해라나옥분은 절규하듯 외친다. 제국주의 후예들은 어디서나 돈으로 더러운 과거의 잘못을 해결하려 든다. 영화에서도 그 점을 꼬집었다.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 그 후예들에게 순결함을 또 다시 유린 당한 것 같아 불쾌했다.

 

영화의 양념은 나옥분(나문희 역)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던 구청 9급 공무원 박 주임(이제훈 역)이다. 그 역시 부모님을 잃고 동생과 외롭게 살고 있는 처지로 청춘을 외롭게 살아온 나옥분 할머니와 끈끈한 정을 이어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어찌보면 무모하고 고집센 시장바닥의 억척꾼으로 살아온 여자 나옥분이지만 그가 일제침략기에 일본군의 성노예로 씻을 수 없는 한을 지닌 여인이었다는 사실이 조금씩 조금씩 밝혀져가는 줄거리가 가랑비에 옷 젖듯 관객들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게 꾸민 구성이 돋보였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고사성어와 견줄 수 있는지는 몰라도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소녀의 한많은 삶을 백마디말 보다 가장 확실하게 증언해주는 영화라는 점에 방점을 찍어 주고 싶다.




재미와 지루하지 않은 전개 또한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무거운 주제를 의식하지 않고서도 위안부의 문제를 되새기게 하는 보기 드문 우수한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아이 캔 스피크는 강지연 대표의 기획에서 출발해 약 4년여간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프로젝트로 CJ 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이다. 당시 75:1의 경쟁률을 뚫은 작품이다.

 

특히 아이 캔 스피크는 심사위원으로부터 민원왕인 할머니를 통해 분노와 슬픔을 전제로 하는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발랄하게 비틀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