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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동물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반추 '어떤여행'전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박찬원은 2012년부터 동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루살이, 나비, 거미를 비롯하여 돼지, 말 등 동물을 통해 생명과 삶의 의미를 탐구해 왔다. 2014년 첫 번째 개인전 <소금밭>에서 웅덩이에 떠 있는 하루살이 떼를 촬영한 사진은 매우 인상 깊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보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데, 하루살이들의 찍짓기, 무리지어 싸우기, 떼지어 있거나, 혼자서 고독을 씹기도하는 모습은 인간 세상의 축소판 같다. 그는 염전 소금물 위에 죽어 떠 있는 하루살이와 나비와 거미의 삶과 죽음을 응시하면서 인간의 모습을 반추했다.


특히 죽음 직전에 거미와 나비를 구해주면서 삶의 우연성, 필연성과 신이라고 믿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그는 죽어가는 하루살이, 나비에게서 여행이라는 개념도 찾아냈다. 내세의 관점에서 보면 삶과 죽음의 현상은 이 세상에서 살다가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는 것과 같다.

 

   박찬원의 동물사진이 본격화한 것은 돼지 사진이다. 2016<꿀 젓 잠>에서 그는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를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돼지는 인간의 식량으로 공급되기 위해서 자연수명이 12년인데 인간의 욕망에 의해서 6개월만 살면 도살장으로 간다. 그런 점에서 돼지는 가축으로 길러져 자유가 없는 존재로 살다가 죽어서야 가치를 인정받는 동물이다.


그러나 내세와 연결시켜보면 돼지의 삶의 의미는 달라진다. 돼지의 삶은 인간을 위한 헌신 희생이다. 다음 세상에서 인간과 돼지, 누가 더 가치 있게 평가받을까를 그는 이 작업에서 묻고 있다. 그야말로 동물을 통해 보는 인간학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어떤 여행>에서는 201610월부터 새로 작업하고 있는 백색 경주마(누비아나)에 대한 사진의 일부를 함께 소개한다. 말 작업은 은퇴하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백색 경주마를 담았다. 백마는 지난 4월에 죽었다. 작업노트에서 박찬원은 이렇게 말한다.


누비아나를 보고 있으면 나를 보는 것 같다. 늙는다는 것은 몸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조금씩 먼저 이사 보내는 것이다. 영혼이 떠나간 집은 점점 작아진다.이번에 보여주는 사진은 누비아나에 대한 송별사진이다.” 그에게 백마는 죽은 것이 아니라 이 세상으로 여행 왔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다. 하루살이, 나비가 이 세상에 왔다가 잠시 머물고 떠나듯 이 세상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잠시 머물다 떠나야 할 곳이다. 이번 전시명을 <어떤 여행>으로 정한 이유이다.


   박찬원은 자신의 사진 작업과정을 어떤 여행으로 규정한 까닭을 동물들의 처한 삶과 죽음을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결부시킨다. <소금밭>의 배경이 된 곳은 대부도 염전으로 그가 태어난 곳이다. 사진이 잘 안 풀리거나 중요한 작업의 변화가 있을 때면 이곳을 찾는다. 그는 이곳에서는 생명과 죽음의 경계와 운명과 같은 미지의 알 수 없는 세계에 관한 어떤 신성(神性)을 경험했다.



<, , > 돼지 작업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돼지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통해서 인간 삶의 모습을 반성의 모드로 바꿨다. 돼지가 불쌍한 것이 아니라 오만한 인간의 욕망의 덧없음을 발견한다. 말 작업에서는 삶을 여행으로 비유한다. 여기에 개입되는 것은 물론 사진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낯선 경험으로부터 사유하고 발견하면서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박찬원은 이렇게 말한다. “돼지와 함께 살며 돼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돼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요즈음은 말 사진을 찍고 있다. 한 달에 일주일 이상 마구간에서 말과 함께 살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동안 인간 세상은 잊는다. 말과 이야기하고 말을 공부한다. 목장주, 수의사, 말 수송업자, 마주, 마사학 교수 등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나누는 용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 낯설다. 신기하고 흥미롭고 또 조심된다. 나는 말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박찬원은 동물을 통해 내세의 관점에서 인간을 통찰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그는 동물의 세계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어떻게 다르고 사진이미지로 전이되는지를 여행이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찬원의 사진 작업은 자신이 직접 경한 것들에 대한 변화된 생각들의 흔적이자 어떤 여행이다. 더불어 제시된 동물 사진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반추하고 깊은 사유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사진 작업과 경험의 미덕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영욱 상명대 외래교수 글 가운데-


<박찬원 사진전 '어떤  여행'>

사진공간 배다리(제 2관)  10월 20일~11월 1일

작가와의 만남 10월 27일 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