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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사백년 전통을 지켜오는 영주 '무섬마을'을 가다

물돌이마을의 정경과 독립운동의 흔적

[우리문화신문= 영주 양인선 기자]




















무섬마을의 명물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발밑에 흐르는 잔잔한 물속을 보니 피라미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혼자 걷기 딱 좋은 외나무다리는 마주 건너 오는 사람이 있을 때는 살며시 한쪽에 비껴 서야 한다. 자칫하면 물속으로 떨어질 것 같아 등줄기에 땀이 난다.

 

지금 사람들은 재미삼아 이 다리를 건너지만 예전에 무섬마을 사람들은 장보러 갈 때, 강건넛마을로 농사지으러 갈 때, 혼례를 치룰 때, 상여를 메고 나갈 때 등등 이 외나무다리와 동고동락하며 살았다. 무섬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관광객들은 일부러 이 다리를 걸어보며 당시 마을사람들의 심정이 되어 본다.

 

어제(14) 영주에 친지 혼례가 있어 내려가는 길에 가을 정취도 느껴 볼겸 기자는 하루 전날인 그제 영주 무섬마을을 찾았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던 외나무다리도 건너보고 전통가옥에서 하룻밤을 묵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수하고 느린 영주 사투리를 쓰는 민박집 할머니의 후한 인심도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정감이다.

 

냇가라고하기에는 너무 큰 내성천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무섬마을은 새벽안개가 일품이었다. 안개가 채 걷히기 전 일찍 일어나 기와집이 잘 보존된 마을길을 걸어보았다. 고즈넉한 마을 안길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무섬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 예천의 회룡포, 영월의 청령포와 같이 마을의 3면이 물로 둘러 쌓여 있는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무섬마을이란 말도 물섬에서 무섬으로 변한 것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과 영주천이 만나 태백산과 소백산 줄기를 끼고 마을의 삼면을 감싸듯 휘감아 돌아 마치 섬처럼 육지속의 섬마을로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마을 구석구석을 걷다 보니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오래된 마을이 주는 편안함을 가슴 속 깊이 느끼게 된다.

 

그러나 무섬마을은 구한말(舊韓末)까지만 해도 120여가구에 주민 500명이 살았을 만큼 번성했지만,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고 주민들의 이농이 줄면서 마을의 규모가 점차 줄어 한때는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남 북부 유교문화권사업 정책으로 전통마을로 지정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 (2013823일 지정 국가민속문화재 제278)

 

현재는 약 48가구에 1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가옥 가운데 38동이 전통가옥이고, 16동은 조선시대 후기의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고장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배출되었다는 사실이다. 무섬마을은 전국의 단일 마을 중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으로 서훈자만도 김성규(金性奎; 1904~1946), 김명진(金命鎭; 1908~1950), 김종진(金鐘鎭; 1904~1952), 김화진(金華鎭; 1904~1946), 김계진(金啓鎭; 1907~1980) 등이 활약했다.

 

독립운동가 가운데 김성규 지사는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장인으로 조지훈은 시 '별리'를 통해 이곳 무섬마을을 노래했다. 조지훈 시인의 별리는 처가마을인 무섬마을을 배경으로 잠시 아내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이별을 아름다운 정서로 읊은 시로 유명하다.

      

나즉히 흰 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 저고리 당홍치마 자락에

말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 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가고

방울소리만 아련히

끊질듯 끊질듯 고운 뫼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 바라보나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자주고름에 소리 없이 맺히는 이슬방울

이제 임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꼬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 가지

꺽어서 채찍삼고 가옵신 님아   조지훈 별리’ -

 

오백년 전통을 이어온 무섬마을은 하루 동안 머물며 돌아보기에는 너무 짧은 감이 든다. 다음번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가족과 함께 다시 둘러보고 싶은 마을이다.

 

  

<영주무섬마을>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234번길 31-12
전화 : 054-634-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