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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편지

오늘은 천지에 가을바람만 가득한 상강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671]

[신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상강입니다.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수증기가 땅 위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때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하지요.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면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른데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수채색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누렇고 빨갛게 바뀌었지요. 옛 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는 뜻입니다.

 

이즈음 농가에서는 가을걷이로 한창 바쁘지요. 농가월령가에 보면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가을걷이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말이 있는데, 쓸모없는 부지깽이도 요긴하고, 바쁘고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서야 할 만큼 곡식 갈무리로 바쁨을 나타낸 말들이지요.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진 날 한 스님이 운문(雲門, 864~949) 선사에게 나뭇잎이 시들어 바람에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운문 선사는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니라. 나무는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고(體露), 천지엔 가을바람(金風)만 가득하겠지.”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상강이 지나면 추위에 약한 푸나무(풀과 나무)들은 자람을 멈춥니다. 천지는 으스스하고 쓸쓸한 가운데 조용하고 평온한 상태로 들어가는데 들판과 뫼()는 깊어진 가을을 실감케 하는 정경을 보여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