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시월 어느 멋진 날에 붉은 물감 머금은 칸나였거나 키 큰 서어나무 잎이었다면 내 진작 알아보고 다가갔으련만 어찌하여 키 작은 구절초로 오시는가 모래알에 박힌 석영이거나 고드름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었다면 그 영롱함에 이끌렸으련만 하필이면 초저녁 어스름으로 오시는가 백봉령에 걸린 뭉게구름이었어도 한 섬 앞바다의 물거품이었어도 내 알아봤으련만 어느새 그림자로 옆에 와 계시는가 빈한한 이 영혼은 마음밖엔 드릴 게 없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