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은 2013년 초연해 국립극장 대표 공연종목으로 자리매김한 ‘묵향’을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사군자(매난국죽)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고(故) 최현의 ‘군자무’(1993)를 바탕으로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하고,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했다. 간결하게 정제된 한국춤의 멋을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한 이 작품은 우리 춤이 지닌 고유의 미를 새롭게 제시하고, 세계무대에 한국무용을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
‘묵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춤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ㆍ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공연(2015년 6월, 오사카 NHK홀), 홍콩예술축제(2016년 2월, 완차이 HKAPA 리릭극장), 아셈(ASEM) 제7차 문화장관회의(2016년 6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2016년 6월, 리옹 푸르비에르 대극장)에서 유럽과 아시아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2016-2017 시즌에는 서울뿐 아니라 대구ㆍ천안ㆍ대전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이 같은 러브콜에 화답하기 위해 오는 11월, ‘묵향’이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기간 전후로 울산(11월 3일)과 베트남 호찌민(11월 16일)을 찾아간다. 한국과 베트남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에 초청돼 호아빈 극장에 오른다.
2013년 초연 당시 ‘묵향’은 정구호 연출이 선보인 감각적인 무대와 의상으로 무용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무대 상부에서부터 흐르는 네 개의 흰 스크린이 무대 뒤편과 바닥을 감싸고, 장마다 펼쳐지는 여섯 가지 색은 아름다운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무용과 의상, 음악 등 작품을 이루는 요소는 최대한 전통 양식을 유지했다.
간결해진 전통은 관객에게 동시대적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제시하며 화선지 위를 수놓은 짙은 먹처럼 강렬한 춤의 잔향을 남겼다. 무용수의 미세한 움직임이 만드는 깊이를 담아낸 윤성주의 안무와 국립무용단 ‘향연’(2015), ‘춘상(春想)’(2017) 등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보한 정구호의 연출이 탄생시킨 ‘묵향’을 올가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공연시간은 평일 밤 8시, 주말 낮 3시이며, 입장권은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이다. 입장권 예매는 국립극장(02-2280-4114, www.ntok.go.kr)에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