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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백년편지] 최구현 항일의병장 할아버님께 -최사묵-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최구현 의병장 할아버님께 드립니다.

                                           

저는 4월을 싫어합니다. 매년 계절 따라 다가오는 4월인데, 그렇게 싫을 수가 없습니다. 4월이면 신록이 우거지고 각종 꽃이 피는 계절인데도 그렇습니다.

 

왜냐고요? 4월이면 각종 꽃과 함께 벚꽃도 만발합니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國花)가 아닌가요? 우리나라 국화는 무궁화 꽃입니다. 벚꽃은 왜놈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부터 곳곳에 많이 심었고, 우리를 지배하는 상징으로 일본 놈들의 식민지 지배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들은 곳곳에 정복과 지배의 의미로 벚꽃을 심었고, 각 급 학교 주변과 관공서 주변, 신사당 앞에도 심어놓고 신사당 앞을 지날 때마다 참배하게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말기에는 각 가정마다 안방 아랫목 벽 위에 소형 신사를 걸어놓고 방에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정중히 절을 해야 했습니다.

    

 

일본이 조선 민족 말살 정책으로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우리글과 말을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 정책 중에 가장 먼저 시작한 게 벚꽃을 조선 땅 곳곳에 심는 일이었고, 그 일은 일제 강점기 36년 간 계속되었습니다. 개천길이나 뚝방길, 각 지역 군항지에 심어서 전국에 벚꽃이 만발하게 했습니다.

 

해방이 되어 일본이 물러갔는데도, 땅에 심어진 벚꽃을 우리는 캐내 버리지 않았습니다. 역사의식이 부족한 몇몇 사람들은 해마다 4월이면 벚꽃놀이를 갑니다. 여기저기서 벚꽃 축제가 한창이고, 여행사마다 벚꽃 여행을 권합니다.

 

우리나라 국화는 무궁화인데, 무궁화 축제는 거의 없습니다. 대한민국 중심 수도 서울에서도 여의도 국회 주변 윤중로에 사쿠라꽃을 심어놓고 매년 벚꽃 축제가 대단합니다. 전국 어디서나 중요 장소에도 벚꽃을 심어놓고 축제를 벌입니다.

    

 

산야에 자연스럽게 자라고 꽃피는 것까지 마다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일본은 국토 침탈을 위해 일제강점기에 버금가는 행태를 벌이고 있습니다.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죽도라고 하는가 하면,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문제나 강제 징용되어 군칸치마(군함도)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이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군함도를 산업시설에 대한 명분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았습니다. 이러한 때에 전국 곳곳에서 벚꽃 축제가 열리는 것은 민족 자존심의 문제가 아닐는지요?

 

항일의병장의 손자로서 혼자만 느끼는 감상적인 비판의식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비바람이 불어 한꺼번에 사쿠라꽃이 져버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통쾌하고 후련해지는 것도 의병장의 후손만이 느끼는 개인적인 감성이 아니길 빕니다.

 

사쿠라꽃 재배와 축제도 삼가고, 우리나라 역사와 우리나라 꽃을 존중해야겠습니다. 이것은 민족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의병활동을 하여 지키려고 하셨던 민족의 존립. 우리 후손들이 잘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할아버지, 하늘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잘 지켜주십시오.      손자  올림

    



최사묵 : 항일의병장 최구현선생의 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