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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장용기사진전 '숲에 들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장용기는 인천의 계양산을 오랫동안 촬영을 했다. 계양산을 주제로 일괄된 작업을 해오던 그가 이번에는 을 주제로 한 작업이다. 그 숲이 무엇 때문에 장용기의 시선을 사로잡았을까?


숲에는 길이 있다. 사람이 다니는 길 뿐만 아니라, 숲에 사는 동물들과, 곤충, 날아다니는 새들의 길이 있다. 또 바람길도 있고, 햇빛이 들어갔다 나오는 길도 있다. <숲에 들다>사진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통된 점이 있다. 숲은 살아있는 생명이다. ()이란, 살아있는 그 무엇, 변화 그 자체다. 풍경(風景)도 마찬가지로 바람을 보는행위로, 풍경사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연의 변화, 그 자체를 응시하는 현상이다. 여기에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숲을 둘러싼 공기와 냄새, 각종 나무들과 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어떤 기운(氣運), 시간의 흐름이 만든 길도 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대상이고 붙잡을 수도 없는 것이지만, 어떤 존재감과 분위가 피어오르는 길이다. 이 시간의 존재감은 직감적으로 포착하는 사진가의 시선에 의해서 가시적인 빛으로 형상을 흔적으로 빗어낸다.


 

그 결과 장용기의 풍경속에 사람들은 모두 흔들렸다. 시간이 흐른 것이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 고정된 숲의 어떤 장면들은 시간이 멈춘 정지 상태이지만, 그것은 시간이 빠져나간 자리에 포착된 조각난 시간들이다. 시간의 흔적들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진들은 눈 오는 풍경을 촬영한 장면들이다. 이 사진들은 인간의 지각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눈이 내리는 찰나의 순간들이 포착 되어있다. 이렇게 장용기는 숲에 들어대상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절단 하거나 흐르는 순간의 흔적들을 포착했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알 수 없는 과거의 근원적인 것을 응시하는 사진의 시선 속에서 감지되는 미묘한 분위기다. 사진에 의해서 제시되는 이러한 시선은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먼곳에서 오는 붙잡을 수 없는 일회적 현상 즉, ‘아우라을 발생한다. 그러나 이것은 불행하게도 절대적으로 의지적인 접촉과 만남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에 포착된 이와 같은 현상을 느끼는 것은 전적으로 주관적이고, 우연적이며 지속 가능한 것도 아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가는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찌할 수 없는상태를 경험한다. 풍경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대상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 단 한 순간도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풍경사진은 흐르는 물처럼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는 성질의 것이다. 몇 번이고 다시 가보아도 똑같은 장면을 찍을 수 없다. 모르긴 해도 장용기는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수없이 찍었을 것이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아가 본 것은 두말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항상 그 모습은 똑같지 않았음을 느꼈을 것이다. 자연을 사진으로 온전하게 담는 것은 이렇듯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장용기가 본 응시의 대상으로서 바람을 바라보는광경을 우리가 지켜보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용기가 선택한 순간은 그 자체로 고유한, 지난 시간의 조각들인 것이다. 우리가 장용기의 사진을 통해서 본 계양산의 풍경을 보고 다시 찾아간다 해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런 장면들이다. 그 결과 풍경사진을 바라본다는 것은 일종에 사진가가 제시한 시선들에 의해서 아직 오지 않는 길을 기다리는 이미지와 같다. 처음과 끝이 없는,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아직 가지 않는 길 앞에 선 자가 바람 같은존재를 보는 일이다.

 

장용기는 숲에 들어가 진정 무엇을 보았을 까? 그의 작업노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빽빽한 숲은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대로 질서가 있고, 힘의 균형을 이루며 하나가 되는 합의 기운이 서려있다. 흙과 돌이 하나 되어 틈을 내어주고 보듬어 주며, 작거나 크거나 상관하지 않고 모두 품어주는 사랑이 있다. 곧은 것이나 굽은 것이나 서로를 사랑하며 욕심 없이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어아름다운 생명의 공간을 만들어 간다. 그 과정은 서로서로 키 재기를 하며 합의기운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숲의 교향곡이다.”

 

합의 기운’, ‘무질서 속의 질서’, ‘욕심 없는 사람’, ‘아름다운 생명의 공간’, 그가 숲에 들어가 발견하고 관찰한 이 깊은 사유들은 처음부터 그의 무의식 속에서 대상을 그렇게 바라보는 응시에 의해서 볼 수밖에 없는 어떤 운명’, ‘바람같은 것이다. 비록 사진적 테크닉의 능수능란함으로 대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시간의 존재감을 흐르는 형상으로 조형 지었다 하더라도, 숲에 난 무수한 길이 있듯이 그가 들어선 하나의 선택된 길은 바로 그 순간에 그 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것이다. 장용기의 풍경사진은 바로 그 길 위에서 자신의 사유를 발전시켰던, 자연을 완전하게 포착 할 수 없는 그 불가능의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다. 그가 보여주는 장면들 하나 하나는 바로 교차하는 그 응시 속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 포개지는 그런 풍경이다.  - 이영욱(상명대 사진과 외래교수) -


<장용기사진전 '숲에 들다'>


전시일정 : 2017. 11. 3 ~ 11. 15

전시장소 : 사진공간 배다리 2관 차이나타운 전시장
 

오프닝 : 2017. 11. 4  오후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