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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강신굿은 은산 별신제의 절정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9) - 은산 별신제 3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별신제가 행해지는 은산리는 마을 북쪽 편에 조그마하게 펼쳐져 있는 당산(堂山)이 있다. 이 산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용머리에 비유된다. 당산 줄기 전체를 놓고 보면 용이 개구리를 잡아먹다 놓친 형국이 된다. 당고개가 용의 목에 해당되고 근처에 있는 조선조 좌의정을 재냈던 이충정공(李忠貞公) 이상진(李尙眞)의 묘 위치가 용의 입에 해당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이곳 당산 혈맥을 끊기 위해 용 목에 해당하는 당고개를 파헤쳤는데 피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마을 원로들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

 

당산 아래턱으로는 별신당(別神堂)이 있다. 그런데 이 당을 한편에서는 산제당, 상당, 또는 산신당으로 부르기도 한다. 별신당은 한옥식 목조와 2평 남짓 되는 건물이었으나 1990년 공간을 넓혀 약 4평 남짓하게 키웠다. 이곳 별신당은 은산 마을민들에게 성스러운 곳으로 인식되어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계시는 당신(堂神)이 마을을 보호하고 마을의 질병 퇴치는 물론 마을 사람들의 무사태평과 대동단결을 해 준다고 믿어 왔다.

 

그러므로 마을 사람들은 별신당을 굽어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시름을 달래곤 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을 사람들은 이곳 별신당을 성스러운 곳으로 여겼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접근하기를 꺼려할 정도로 경외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 별신당은 문이 잠겨 있다. 한편, 별신당 오른쪽으로는 물이 흐르는 은산천(恩山川)이 있어 별신제가 행해질 때 화주와 대장 등의 제관들이 목욕재계를 하기도 한다.

 

별신당 내부에는 무신도와 위패가 모셔져 있다. 벽 정면 왼쪽으로 복신장군(福信將軍)과 오른쪽으로 토진대사(土進大師)의 영정이 걸려 있다. 복신장군과 토진대사 사이에 선녀를 동반한 산신이 모셔져 있다. 각각의 무신도 하단의 나무 위패에 복신장군신위(福神將軍神位)”, “산신신위(山神神位)”, “토진대사신위(土進大師神位)”라고 써서 세워 두었다. 위패 앞에는 촛대와 향로가 있으며 좌우로 꽃이 꽂혀있는 화병이 놓여있다.


 

은산 별신제에서는 상당굿과 하당굿을 나누어 펼치는데 앞서 행해지는 상당굿은 별신당 앞에서 이루어진다. 본제(本祭)에 이어 행해지게 되는데 이를 강신굿이라고 부른다. 농기라고 하는 신대를 세워 신내림을 하는 강신 행위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붙여진 것이다. 강신굿은 산신제를 마친 다음날 아침 10시 무렵부터 시작되는데 은산 별신제의 절정기를 이룬다.

 

하당은 하당굿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는 임시 굿청이다. 하당은 많은 사람들이 운집할 수 있는 마을 한 복판 은산시장터 괴목나무 아래에 설치한다. 은산 시장은 과거 모시마전을 비롯해 소전, 어물전, 싸전, 태모시전 등이 섰었던 5일장이었으며 한 때 꽤나 명성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장이 서는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곤 하였다.

 

하당굿이 시작되면 대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들이 군복을 입고 하당 앞에 한 줄로 좌정한다. 좌정한 앞으로 줄지어 상을 놓고 백지로 덮은 뒤 꽃반[花盤]을 올려놓는다. 쌀을 가득채운 말 위에 또 다시 쌀을 가득채운 밥그릇을 올려놓고 그 위에 촛불을 꽂고 불을 켠다. 이 상은 축원상이기 때문에 당주무녀 및 여려 무녀들이 꽃반 앞에서 대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축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당주무녀 및 여러 무녀들이 삼현육각 에 맞춰 춤을 추며 하당굿 무가를 읊는다. 그러면서 굿판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도 술잔을 돌리고 축원덕담을 해준다.

 

꽃반 앞에 앉은 대장 및 임원들은 무녀가 축원을 할 때 성의껏 사례금을 내놓는다. 이때에 당주무녀가 건네는 술을 신주(神酒)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술잔을 서로 받으려고 한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면서 신풀이를 한다. 이 후, 당주무녀 및 무녀들이 소지를 올린다. 백지의 소지 종이에는 대장을 비롯하여 임원 그리고 지역 참석자들의 거주성명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다. 소지를 올리기가 끝나면 하당굿이 마무리 되는데 이는 모든 별신제가 무사히 끝났음을 뜻한다.


 

은산 사람들은 하당굿 하는 날을 별신 내리는 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별신이 내리는 날이면 악가무극을 연희하고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온갖 잡귀 잡신은 물론이고 질역신(疾疫神)으로써의 별신을 풀어먹이면서 좋지 못한 해로운 액을 막고 또한 물리치고 이롭게 좋은 현세적 길복을 추구한다. 은산 별신제 자체가 이미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추렴한 돈이나 쌀을 가지고 행해지기 때문에 지역민 누구나 주저 할 것 없이 굿판에 참여하여 술을 마시고 놀며 흥겨운 춤을 춘다.

 

이러한 신앙행위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는데 그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숭신관(崇神觀)과 제화초복(除禍招福)을 알아 볼 수 있다. 인간이 불행을 예방하고 평안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의 욕망을 초능력적인 신의 힘을 통해 충족 하려하는 것은 고대사회에서나 현대사회에서나 마찬가지 이다. 따라서 은산 사람들의 숭신(崇神)적 믿음은 신()을 부르고(請神) 모시고(奉神) 놀리고(娛神) 보내고(送神)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된다. 이와 같은 신앙의례는 무당이라는 사제자를 배출하여 신과 인간을 중개하는 영매자로써 역할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핵심이 바로 별신제이다.

 

둘째, 별신 행사는 유무형 문화가 총체적으로 결집된 전통문화집합체로써의 굿이다. 굿은 한민족의 오랜 역사 속에서 그 맥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온 우리 사상과 철학이 담겨져 있는 이른바 민족신앙의 핵심이다. 이러한 굿은 한민족 사고 및 종교 심성에 뿌리깊게 파고들어 특유의 신명과 삶의 조화력을 만들어 주었다.

 

셋째, 마을 공동체 의식을 모색한다. 좁게 마을이지만 넓게 지역 및 타 지역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밝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넷째, 상당굿과 하당굿으로 이원화되어 행해지는 은산 별신제는 두 개의 의례가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행해진다. 그러나 이는 이원화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례로 연결되어져 있다. 속과 성 그리고 성과 속이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것임을 암시하는 의례의 속성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상당굿은 신이 내리기를 비는 신맞이굿이고 하당굿은 신을 맞은 제관과 마을민들이 함께 어울려 한바탕 놀면서 신을 놀리는 굿이다. 이 때에 무당, 제관, 악사 그리고 참석한 모든 지역민들이 모여 신명나는 신풀이를 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마을민들이 협동단결을 유발할 수 있는 공동체 굿판으로 만들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