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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리 내린 날, 노랑 은행잎의 숨막힌 아름다움

[정운복의 아침시평 2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발이 푹푹 빠지는 낙엽이 덮인 산길을 걸으며

그 추억어린 바스락거림이 너무 좋아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무서리 내리고 바람 불던 날

교정을 가득 덮은 노랑 은행잎의 숨 막힌 아름다움에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어 늦가을 한때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엔 이태리포플러의 마른 잎을 싸리비로 쓸어

운동장 한편에 모아 태우는 것은 가을의 일상이었습니다.

그 알싸하고 매캐한 낙엽 타는 냄새가 참 좋았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좀처럼 낙엽 태우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환경, 공해, 산불, 미세먼지... 무엇 때문에 낙엽을 태우지 못하게 하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추억을 빼앗기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보통사람들에겐 낙엽이 추억일 수 있고, 향수일 수 있으며

고독일 수 있고, 아련함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에겐 크나큰 고통의 근원이고, 줄어들지 않는 쓰레기며,

행복하지 않은 가을의 주범일 수도 있겠지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것도 자연이고

잎이 물들고 떨어져 포도 위를 뒹구는 것도 자연입니다.

자연 속에서 태어나 자연 속을 살다가는 것이 인간일진대

자연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들어서 말입니다.

 

가을에

낙엽이 지면 지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한 달 정도는 그냥 시민들에게 낙엽을 돌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낙엽을 밟으며 첫사랑의 추억에 잠기던

낙엽을 태우면서 떠나버린 사랑에 가슴이 아프던

온통 낙엽을 뒤집어쓰고 사정없이 동심에 빠지던

그건 개인의 몫이니 말이지요.

 

낙엽이 단순히 쓰레기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더불어 시린 마음이 되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