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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쟁반처럼 둥그렇고 촛불처럼 뜨거워요

[정운복의 아침시평 2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햇빛을 보지 못하는 맹인도 햇빛의 따사로운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따사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맹인이 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서 설명을 하지요. 해는 쟁반처럼 둥그런 것이 촛불처럼 뜨겁다고..

 

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맹인은

쟁반을 두드리고 초를 어루만져 봅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태양을 본 것처럼 이야기하지요.

 



구반문촉은 남의 말만 듣고 지레짐작으로 이렇다 저렇다 논하는 것을 빗댄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도

자신이 느낀 경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릇된 판단을 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자신만의 함정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견해와 주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턱없는 주장일 수도 있고

나와 다른 견해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라도 말이지요.

 

사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전후좌우를 잘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한쪽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장단과 찬반의 목소리를 다 들어보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가 걸러져 시야의 올바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중매체에 판단을 맡겨 무비판적으로 편승하거나

특정한 사실만으로 쉽게 판단하여 섣부른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초한지는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 봤을 것입니다.

항우는 출신성분이 좋습니다. 힘도 세어서 장사란 칭호를 갖고 있지요.

용병술도 뛰어나고 리더십도 강했습니다.

자신을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점점 오만해져 간언을 듣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유방은 태생이 서민입니다. 별 리더십도 없었지요.

하지만 그는 권위를 버리고 부하들의 말을 잘 경청하고 믿음을 주었습니다.

다양한 견해를 듣고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결정을 하고자 노력한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항우는 자기가 결정하고 나서 묻는 척만 했고

유방은 먼저 듣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한고조가 되었으니

어쩌면 경청과 소통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탕발림의 말, 아첨하는 말은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결코 올바름을 담보해주진 않습니다.

아프다고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결국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테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