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리말로 된 땅이름을 보면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 상도동 숭실대학교와 봉천사거리 사이에는 “살피재”라는 고개가 있었는데, 옛날 이 고개 부근에 산적이 많이 있었기에 산적에게 당하지 않게 잘 살피며 다니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영등포역 뒤편에도 작은 고개가 있었는데 겨울철 바람이 고추처럼 몹시 맵게 분다고 하여 그 이름이 “고추말”이었습니다.
또 노량진 사육신묘 마루터기에 있었던 “아차고개”는 사육신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세조 2년(1456년) 단종 복위를 꾀하던 사육신의 모의가 발각되어 죽음에 처하게 되자 영등포 남쪽에 살던 한 선비가 사육신 처형은 부당하다는 것을 상소 위해 도성을 향하여 말을 달려가다가 이 고개에 이르러 사육신이 이미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차! 늦었구나!”하고 한탄했다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자말이 아닌 우리말로 된 땅이름에는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