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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는 태합을 위하여 바쳤습니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 귀선의 장1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믿을 수가 없었다. 무려 300 척이 넘는 일본의 함선이 단 12척의 이순신 함대에게 몰살을 당하였다니! 누가 이런 수치를 믿을 수 있겠는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명량해전의 장본인이 도착 했을 때 비로소 히데요시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루시마 미치후사 (くるしま みちふさ)

그가 비참한 몰골로 일본의 최고 권력의 신이라 할 수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면전에 등장한 것이다. 바퀴가 네 개 달린 의자에 걸터앉아 중증 환자로 변한 구루시마를 보는 순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녀왔는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첫 말은 그저 일상적인 안부로 시작 되었다. 이 또한 전례가 없던 태합(太閤) 히데요시의 반응이었다. 구루시마는 이미 작정하고 히데요시와의 면담을 추진하였기에 물러섬이 없었다.

두 다리는 태합을 위하여 바쳤습니다.”

목숨은?”

구루시마는 추호의 두려움도 없이 히데요시의 냉담한 눈초리를 받아드렸다.

태합을 위하여 남겨두었습니다.”

어디 들어보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시킨 장본인이다. 그의 행적은 일본 전국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개 빈농(貧農)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의 최고 통치자가 되기까지의 고난과 쟁패의 나날들을 어찌 쉽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의 집요한 몰두와 집착, 승부에 대한 동물적 감각은 타의 주종을 불허했다. 그는 기적을 만드는 무장이었다. 구루시마는 격앙된 음성을 꺼내 놓았다.

이순신의 함대는 강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우리의 함대가 약했을 뿐입니다. 이순신의 전술은 고매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우리 함대가 경계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러한 차이로 인하여 도도 다카토라 총대장과 와키자카 야스하루, 가토 요시아키 수군대장이 전사하고 함대가 몰살당한 것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차이란 것은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넓다. 이순신의 조선 수군이 존경스럽구나.”

우리에게 그와 같은 수군 장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원망스럽습니다. 조선은 고려 때부터 수군에 대한 지원과 연구가 활발했습니다. 미묘하게도 그들의 발전을 도운 것은 대마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해적 떼였습니다. 조선에서는 그들을 왜구(倭寇)라고 호칭했지요. 왜구를 방비하고자 고려와 조선에서는 선박 기술과 화포가 발전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훈련시켜 준 셈이구나.”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조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무섭게 집중하고 있었다.


무슨 뜻이냐?”

구루시마의 분석이 이루어졌다.

이순신이 조선의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번을 계기로 조선의 왕위에 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조선의 기득 권력이 이순신을 그대로 놓아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순신이 왕권을 잡지 못하면 그는 죽음을 당할 것이 분명합니다. 권력을 지배하는 자는 민심이 돌아서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지요. 해서 이순신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왕권을 찬탈해야 합니다. 이미 그를 따르는 군인과 의병, 민중의 숫자가 도를 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