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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소설 "이순신의 제국2" 귀선의 장 6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광해군은 필시 장군이 꿈꾸는 새 하늘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니 그와 같은 충돌이 발생하면 사웅에게 화가 미칠까 두렵소이다.”

원균이 고민을 털어 놓자 이순신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어째서 나의 하늘에 세자 광해군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원균은 깜짝 놀랐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에 조선의 왕세자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한 하늘에 어찌 임금이 두 명이 될 수 있느냐 말이다.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왕권을 잡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세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은 고루한 것입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원균은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건 뭔가? 그동안 이순신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를 추종하는 모든 사람들은 역성혁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의 조선 임금 선조와 그 일당 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 과정이라면 당연히 대대적인 정적(政敵) 제거를 위한 피의 숙청이 발생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순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원장군, 나는 말이요......왕권의 올바른 교체를 원하오. 어느 누가 임금이 되어도 백성을 진심으로 섬기는 임금, 강한 나라를 유지할 수 있는 임금, 백성들이 존경하는 임금, 그 백성들이 편안하고 부유하게 살아가는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 그런 임금이 되고 싶은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지요. 피를 보아서도 안 됩니다.”

그것은 너무 이상적인 사고가 아닙니까.”

이것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절대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12척의 판옥선으로 330척의 왜선을 상대 했던 명량해전은 가능했던 것이었습니까?”


...그건 장군의 용기와 지략, 군사들의 사기와 판옥선, 함포 등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정치도 조화(造化)입니다. 정치를 하는 우리들이 목표를 정하여 조합하면 그런 나라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나 이순신의 정치철학입니다. 개벽의 목표이며 이순신의 새 하늘,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장군!”

원균은 넋이 반쯤 나가버렸다. 이순신의 나라는 결코 세워질 수 없는 이상(理想)을 품고 있었다. 그런 나라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원균은 신뢰하고 싶어졌다. 이순신은 자기를 모함하고 반대했던 원균 자신조차도 구원하지 않았던가. 그의 포석(布石)은 너무나도 깊고 위태로웠다. 왕권에 대한 치열한 도전을 치루고 있는 광해군을 어쩌면 이순신은 포용해 내지 않을까. 이순신이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 원균은 느껴졌다.


* * *

  

선조가 벽제관에서 머물던 사신 사헌의 실종 소식을 접한 것은 사흘 전이었다. 의금부를 비롯한 좌, 우포청을 총동원하여 수색을 벌였지만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명나라 경리 양호도 거품을 물면서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역시 소득은 없었다. 양호는 직접 선조를 알현하여 사헌의 실종을 다루기 위해 입궐하였다.

이것은 매우 큰 외교문제입니다. 서둘러 병부주사의 행적을 찾아 주소서.”

의금부와 양 포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소이다.”

양호는 건방지게 행동하였다.

의금부와 포청에서 지금껏 알아낸 것이라고는 석식 도중에 사라졌다는 점 외에는 어떤 단서도 포착된 것이 없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