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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함대 출정하라!

소설 '이순신의 제국 2' 귀선의 장 12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시작하자.”

김충선의 명령에 따라서 서아지와 준사가 배 위로 갈고리를 던져 걸었다. 이울과 고진규, 박정량과 장승업의 모습도 항왜들 틈에 섞여 있었다. 그들 항왜들은 배와 배 사이를 오고가면서 드디어 화약과 병기를 잔뜩 쌓아 둔 무기선(武器船)을 찾아냈다.

개새끼들, 국 끓이려고 감춰두나.”

항왜들은 순식간에 화약과 병장기 등을 줄로 묶어서 귀선으로 내렸다. 아래에 있던 이울과 의병들은 재빨리 귀선으로 차곡차곡 쌓았다.

한 번 더 와야겠다.”

재미나네. 도적질!”

그믐의 달빛은 귀선을 닮아 있었다.

    

 

* * *

 

전 함대 출정하라!”

개벽호를 중심으로 13척의 판옥선이 우수영을 출발했다. 광해군은 이순신의 함선에 동승했다. 출발하기 전에 이순신은 광해군을 안전한 판옥선으로 먼저 안내했다.

신의 배는 언제나 가장 선두에 있어야 하므로 위험합니다.”

내가 안전과 안락을 위해서라면 왜 함선을 선택했겠소. 장군은 날 염려 마시오. 장군이 평소 하던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광해군은 굳이 이순신의 배를 원하였다. 일당백 원사웅은 광해군을 보호하기 위해서 승선 하였고 장예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장예지는 이번에도 김충선과 만나지는 못하였다. 김충선은 진린의 배에서 몰래 가져온 화약을 판옥선에 나누어 옮겨두고 항왜들과 함께 그 길로 부산으로 향하였던 것이다. 이번에는 두 대의 포작선(어선 일종)이 번갈아 귀선을 끌고 항해 하였다.


가덕도가 보입니다.”

준사가 거대한 섬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섬을 끼고 엄청난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바다를 가득 메우면서 위풍당당 전진해 오는 일본의 대 군단이었다.

허걱, 저길 보시오?”

이럴 리가 없었다. 도도의 함대가 궤멸 당하지 않았던가. 그럼 저것은 또 뭔가? 얼핏 보아도 100척이 넘는 함선이었다. 그 가운데 유난히 거대한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에 비해서 내부의 건축물이 두 배 이상 웅장하고 화려했다. 마치 배 위에 성을 옮겨 놓은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맙소사!”

어서 가덕도로 달려라.”

김충선의 명령에 따라서 포작선은 빠르게 노를 저었다. 이쪽에서 발견했다면 일본의 대선에서도 목격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어선을 적의 척후선(斥候船)으로 간주하여 공격을 가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길한 상상은 언제나 적중했다. 일본의 관선 1척이 김충선의 포작선으로 방향을 틀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빨리! 더 빨리!”


그들은 포작선을 죽어라 젓지만 관선의 빠르기를 당할 수가 없었다. 큰일이었다. 귀선도 노출되고 전 병력이 위기에 몰릴 판이었다.

어쩌면 좋습니까? 대장?”

김충선도 당황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망망대해에서 적선을 마주치다니! 더구나 저 많은 일본의 함선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게다가 지금은 이순신함대의 비밀무기 귀선까지 끌고 있지 않은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