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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은산별신제 지화는 신령이 머무는 곳을 상징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12) - 은산별신제 6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별신제에 사용하였던 꽃들은 하당굿이 끝나면 무녀가 제관과 주민들에게 나누어 준 뒤 나머지들은 모도 불태운다. 사람들은 무녀로부터 받은 꽃을 집에 보관해두면 좋지 못한 나쁜 액이 침범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은산별신제 지화는 그 종류가 많지 않다. 주요 꽃은 연꽃, 모란, 작약 등이다. 연꽃은 연() 또는 연화(蓮花)라 부른다. 불교에서는 연()을 가리켜 부처가 사는 정토(淨土)라 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연화(蓮華)라고도 말한다. 연화(蓮華)에서의 화()란 꽃을 뜻하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꽃이 피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색채, 빛 또는 화려함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연꽃(연화)의 의미에는 불교의 궁극적인 곳으로 설명되는 이른바 속세에 때 묻지 않은 청정한 정토(淨土)가 있음을 암시한다.

 

불교 경전에 따르면, 인도의 천축(天竺)에는 4가지 연화(蓮華)가 있다. 그것들은 청색(靑色)의 우발라화(優鉢羅華), 황색(黃色)의 구물라화(拘物羅華), 적색(赤色)의 파두마화(波頭摩華), 백색(白色)의 분타리화(芬陀利華). 여기에다 미노발라(泥盧鉢羅)를 더해 5가지가 된다고 한다. 위의 다섯 종류의 꽃 모두를 연화(蓮華)라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백색의 분타리화, 곧 백연화(白蓮華)를 일컫는다.

 

한편, 백연화에는 삼시(三時)가 있는데, 꽃이 봉오리를 맺게 되면 굴마라(屈摩羅), 지는 꽃은 가마라(迦摩羅), 활짝 피어 가장 성할 때는 분타리(芬陀利)라고 말한다. 그리고 연꽃 뿌리{蓮根}는 줄기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형제애를 뜻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연꽃 열매는 유교 관념과도 연결되어 다산의 소망을 갖기도 한다. 또한 연꽃은 그 생태를 교합의 완성으로 보고 생명의 창조와 생식 번영의 상징으로도 간주하였다.

 

한편, 또 다른 별신제가 치러지는 동해안의 경우 꽃 종류가 무려 56종이나 된다. 이는 은산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동해안별신제 꽃은 무교와 불교 계통으로 나눠지기도 하는데, 무교 계통의 살잽이꽃, 대봉살잽이, 막잽이꽃, 옥살잽이꽃, 국화, 덤불국화, 목단화, 강화, 불도화, 연화, 출화, 작약화, 산함박, 출화작약, 다리화, 매화, 제비꽃, 고동출화 등과 불교 계통의 연화봉, 할미꽃, 동백꽃, 불봉화(佛奉花), 동색동화, 목단화, 연화, 강화, 샛별국화, 국화, 접시화, 매화, 월계화, 살화(버섯화), 함박화, 다리화, 제비화, 설중화(雪中花) 등이 그것들이다.

 

동해안에서도 은산에서처럼 불교의례에서 사용하는 꽃들이 동해안굿에 나타나게 된 것은 이를 제작하는 장인들이 무교와 불교 의례를 서로 오가며 제작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은산 별신제의 좋이꽃들이 신화(神花)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 꽃들이 신명꽃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꽃을 통해 신령이 강림하고 꽃의 움직임을 통해 신령의 강림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는 존재 그 자체가 신령 강림을 뜻하는 것이고 동시에 신령이 머물러 있음을 뜻한다. 그러면서 신령꽃은 영원히 고통 없이 평화로운 세상을 뜻하는 좋은 곳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이에 굿청의 꽃은 신령이 머무는 곳, 모든 좋지 못한 해로운 액운이 소멸되어진 청청한 곳, 이상세계를 상징하는 곳 등으로 상징된다.

 

한편, 굿에서의 지화는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죽은 자의 또 다른 세상에서의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서사무가 바리공주에 나타나는 살살이꽃, 피살이꽃, 숨살이꽃은 재생적 의미를 담고 있는 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죽은 망자가 좋은 곳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것도 꽃이며, 안착되어 또 다른 삶을 영위하는 그곳 또한 꽃밭이다.

 

어찌되었건, 은산별신제의 신화(神花)는 아름다운 모양새를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지는 단순한 미학적 관점의 조화(造花)가 아니라 신령 세계의 의미를 함축하며 저승관 총체를 담고 있는 종교 신앙적 꽃인 것이다. 그래서 꽃 그 자체가 신이 인간 세상으로 하강하는 통로이며 동시에 신이 인간 세상에 강림하여 가장 먼저 안착되는 곳으로 묘사될 뿐만 아니라 저승의 또 다른 세계관을 그리는 꽃임을 알게 한다.

 

은산 별신제의 신화(神花)는 종이로 만들어지는 인공적인 지화(紙花)이기 때문에 이 꽃을 한편에서는 가화(假花) 또는 조화(造花)라 부른다. 지화를 만드는 화공(花工)은 꽃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을 일컫는 것인데 이를 다른 한편에서는 화장(花匠)이라고도 하였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따르면, 조선시대 궁궐에서 임명한 6명의 화공(花工)들은 중앙 관청 봉상사(奉常寺)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궁궐 제사나 의례에 필요한 조화(造化)을 전문적으로 만들었다(경국대전6권 공전-工典 경공장조-京工匠條

 

1961년 예용해가 지화를 조사하고 연구하여 발표한 글을 통해 꽃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을 화장(花匠)이라고(예용해, 화장(花匠)」 《예용해전집(1) - 인간문화재1997 341- 348) 하면서부터 이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이와는 달리, 꽃을 비단으로 만들거나 또는 사용재료에 물감을 들여 만드는 사람을 채화장(菜花匠, 綵花匠 또는 彩花匠)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종이꽃을 만드는 장인은 일반적으로 지화장(紙花匠)이라 하였고, 조화 꽃을 만드는 장인이라는 뜻에서 조화장(造花匠)이라고도 불렀다. 이러한 장인을 항간에서는 환쟁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