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붕은 당시 권세를 휘두르던 자신의 외종사촌 유자광에게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을 정도로 벼슬을 마다했을 뿐 아니라 세상에 나아감을 분명히 했던 꼿꼿한 선비였습니다. 그런 그에게는 성희안이 가까운 벗이면서 벼슬도 하게 해준 사람이었지만 그런 부탁이 달가울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잣은 높은 산꼭대기에 있고, 꿀은 백성 집 벌통 안에 있으니 부사된 내 재주로는 잣과 꿀을 구할 수 없네.”라고 정중히 거절합니다.
그런 청백리 정붕 집 뒤주는 바닥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자 한번은 그의 부인이 계집종을 유자광의 집에 보내 양식을 구해오기도 합니다. 그러자 이를 안 정붕은 자신이 가까운 벗에게 사정을 말하고 쌀말이나 얻어오겠다고 합니다. 이에 정붕의 부인은 “교리께서 어찌 구차한 소리로 남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하며 말렸습니다. 부창부수(夫唱婦隨), 그런 남편에 역시 그런 부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