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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시인의 세상 톺아보기

존경하는 하야시 에이다이 씨

[김용옥 시인의 세상 톺아보기 36]

[신한국문화신문=김용옥 시인]  당신은 일본인입니다.

대한민국의 일제강점기 때인 1943년부터 1945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치욕적 역사사실을 끊임없이 취재한 기록을 57권의 책으로 엮고도 아직도 정리중인 당신 하야시 씨는 역사학자이자 노학자(老學者)입니다. 당신은 한국에도 없는 조선인강제연행 기록작가입니다. 두 손 모으고 고개 깊이 숙여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부친은 신사의 간누시(神主), 조선인 광부를 보살피다 경찰에 고문을 당해 사망하셨다지요. 하야시 당신이 겨우 초등학교 4학년생도였다지요. 당신은 지쿠호 탄광지대에서 성장했다죠.

 

어린이 당신에게는 역적의 자식이라는 딱지가 붙었습니다. 1945815일후, 군함도 탄광으로 강제연행되어 그 지옥섬에서 살아남은 광부들은 고향인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의 집을 찾아가 돈을 놓고 갔습니다. 중증질병과 영양실조, 익사 등으로 사망한 122명을 대신하여 살아남은 그들은, 선생의 부친에게 사람대접을 받은 감동과 은혜에 감사인사를 드린 거지요.


 

와세다대학을 자퇴한 당신은 고향에 돌아가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공해반대운동을 하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일본패전(日本敗戰) 이전에 행해진 잔혹현장과 신주(神主)이신 아버지의 부당한 죽음을 뼛속 깊이 기억할 수밖에 없었지요. <청산되지 않은 소화(昭和)-조선인 강제연행기록>은 당신의 대표적 결실입니다. 600여 장의 사진, 해설과 63명의 생생한 인터뷰기록이죠.

 

일본정부에게 당신은 거추장스럽고 골치 아픈 존재일 겁니다. 철면피를 쓴 일본정부는 명단기록이 없다며 부정했지만, 당신은 끈질기게 추적했습니다. 하시마 서도(瑞島)=다른 이름으로 군함도(軍艦島)와 사키토(崎戶)탄광에서 자살 또는 일을 하다가 익사한 광부들의 화장(火葬)을 허가한 증명서=공문서를 발견했습니다. 완벽한 범죄란 없다고 합니다!

 

당신은 조선인 사망자 170명의 한국 본적지로 편지를 띄웠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남북분단과 소위 6.25전쟁을 치렀으니 엉망진창의 행정체계였습니다. 불행하게도 140통은 수취인 불명이었으나, 천만다행하게도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30통의 답장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억울하게 죽은 자의 영혼들과 그 불운의 후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199010월이었지요.

 

그 후로도 여러 차례 탐문하러 다녀가시면서, 탄광강제연행의 상처가 여전히 유족을 악마의 장난처럼 괴롭히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냥 겉에 긁힌 상처가 아니라 뼛속 깊이 아로새긴 피눈물이었으니, 상처도 유산처럼 유전(遺傳)되었겠지요. 그 시대를 통과한 부모들의 참상을 들은 것만으로도 아직도 일본에 대하여 분노와 적대감을 품고 있습니다. 인류애와는 무상관입니다.


 

군함도는 일본의 제2재벌이라는 미쓰비시()가 사들여 탄광사업을 하다가 1974년에 폐광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승인했습니다. ‘조선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을 적시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일본은 그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군함도는 내용이 부실한 전시장인 거지요.

 

당신은 어떤 영혼을 가진 분입니까? 신의 의인(義人)이십니까? 당신에게는 한국인인 나의 생명과 인권까지도 존중받는 느낌입니다.

 

당신은 아직도 사설도서관인 아리랑문고에서 발굴한 역사기록물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암환자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손가락에 만년필을 테이프로 묶고서 글을 쓰신다고요! 나무관세음! 당신의 말이 문득문득 쟁쟁히 들려옵니다.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않는 민족은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작건 크건 인간의 존엄성을 인간이 해치거나 망쳐선 결코 안 되지요. 더구나 강대국의 행패로 인간을 학대하고 핍박하는 일은 극악무도한 범죄행위입니다. 엄밀히 인류는 형제입니다. 카인과 아벨의 전설을 언제까지 이어갈까요? 지식과 인식을 가진 지구의 영장(靈長)이 말입니다.

 

당신은 책을 발간할 때마다 일본인들에게 비국민 하야시 에이다이는 죽어라.” 하는 협박을, 온 가족이 주야장천 당했습니다. 부인께서 가장 힘들고 애가 탔겠습니다! 송구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세계적인 문명국의 국민이 어찌 역사인식과 인권존중의식이 그리도 어둡답니까? 역사는 허위나 허구가 아니라 사실의 기록이어야 함을 부정해선 안 되지요.

 

가족에게 더 이상 피해를 당하게 할 수 없어, 당신은 환자의 몸으로, 홀로, 아리랑문고에서 기록과 싸우며 증거기록물들과 동거하고 있습니다. 부디 당신이 할 일을 다 이룰 때까지, 온 세상의 신께서 당신을 지켜주실 것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합장!



전라도 전주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군함도>를 개봉일에 보았습니다. 역사적 사실이나 하야시 선생의 그 기록의 참상을 보고 싶었으나, 그냥 상업영화였습니다. 700만 명이 넘는 <군함도>의 관람객은 어떤 역사의식을 배웠을까요? 일본에 대한 단순한 미움이나 악감정이 아니라, 선생의 말씀대로 부디 역사의 교훈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당신의 말씀에 백번 공감하고 동감입니다. 역사 없이는 현재의 우리가 없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미래를 이루려면 역사에서 교훈을 뼈저리게 배워야 합니다.

 

영화 <군함도>를 감상하고 나서 내내 하야시 선생님, 당신을 생각합니다. 자꾸 당신의 고난의 일생이 생각납니다. 하야시 선생님 말씀과 한 사람의 의인만 있어도 소돔을 멸하지 않겠다.”던 기독성경의 말씀이 쟁쟁하게 들립니다.

 

존경하는 하야시 에이다이 선생님!

전쟁을 겪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그 악행의 피해를 가진 만국인에게 선생님은 역사의 사표가 될 것입니다. 당신의 업적은 세계인에게 선물입니다

 

         * 이 글을 발표하기 전에, 안타깝게도 하야시 선생께서 타계하셨다는

           시사IN 기사를 읽었다. 삼가 엎드려 재배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