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네 삶을 이루는 근간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옳은 말을 하면 무조건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옳을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될 때
그 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도 그렇게 안 살면서 왜 나한테는 맨날 뭐라고 해?"
사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런 느낌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면
부모는 부모로서의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산 아래서 화전을 일구시던 아버지는
화전정리령이 떨어지자 비탈에 유실수를 심습니다.
팔자에 없는 과수원을 하게 된 까닭이지요.
여름이 되면 과일을 수확하게 됩니다.
마당 가득 수북이 복숭아를 쌓아놓고 굵기에 따른 선별작업을 하지요.
그 때만해도 종이 박스가 없어 판자를 대어 만든 상자에 담는데
눈대중으로 크기를 선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포장은 별로 때깔이 좋지 않은 것을 아래다 깔고
보기 좋고 잘 익어 먹음직스런 것을 위에 올려 마무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자담기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런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오늘만 거래하고 말 상대가 아닌데 얕은 꼼수를 쓰면 안 된다고
가급적 아래 담기는 것이나 위에 올리는 것의 차이를 두지 말고 상자에 담으라고.....
100마디 말보다 묵묵히 실천하시는 그 모습에서 남을 속이지 말고
살라는 교훈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땅을 파고 모종을 심고 김을 매고.. 농사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냥 묵묵히 앞서 일을 하실 뿐이었지요.
그 실천적 삶의 모습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우린 지적이고 우아한 지성을 가진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행동하는 지성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실천궁행(實踐躬行)이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행동하는 지성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