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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정조임금, 왜 정민시에게 칠언율시를 써주었을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74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남 진주 국립진주박물관에는 정조임금의 글씨가 있습니다. 보물 제1632-1정조어필-신제학정민시출안호남(正祖御筆-贐提學鄭民始出按湖南)”이 그것인데 17912월에 정조가 호남으로 부임하는 정민시(鄭民始, 1745~1800)를 위해 지어 써준 행서 칠언율시입니다. 짙은 분홍 비단에 금니(金泥, 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만든 물감)와 은니(銀泥, 은가루를 아교에 개어 만든 물감)로 모란, 박쥐, 구름무늬 등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며, 세로 75.2, 가로 159.0의 크기지요.


 

정조는 정성 어린 이별자리 여러 순배 돌았는데, 그대 보내는 명일에 동작진(銅雀津)을 나가겠지. 지금 어려운 일은 모름지기 호조이니, 예부터 관찰사 직은 근신(近臣,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던 신하)에게 의지했네. 가벼운 옷차림의 새 관찰사를 다투어 보고, 대부인(남의 어머니를 높여 이르는 말)의 기거에도 탈이 없으리라. () 이름 공북(拱北)은 참으로 우연이 아니니, 몇 밤이나 누에 올라 대궐을 바라볼런고.” 하면서 이별의 아쉬움을 전하고 민생을 극진히 돌볼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정민시는 세자시강원 필선(弼善, 세자시강원의 정4품 관직)으로 세손 정조를 곁에서 보필하였고 정조가 임금에 오른 뒤 도승지규장각 제학 등에 임명되었지만 겸손한 자세로 절도를 지켜 정조의 극진한 아낌을 받았지요. 이 서축은 재일교포사업가 김용두(金龍斗)씨가 국립진주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일본식으로 표구되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제문상정사(題汶上精舍)>와 함께 정민시에게 내려준 것으로 이런 형식의 정조어필 가운데 유려한 필치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