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남 진주 국립진주박물관에는 정조임금의 글씨가 있습니다. 보물 제1632-1호 “정조어필-신제학정민시출안호남(正祖御筆-贐提學鄭民始出按湖南)”이 그것인데 1791년 2월에 정조가 호남으로 부임하는 정민시(鄭民始, 1745~1800)를 위해 지어 써준 행서 칠언율시입니다. 짙은 분홍 비단에 금니(金泥, 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만든 물감)와 은니(銀泥, 은가루를 아교에 개어 만든 물감)로 모란, 박쥐, 구름무늬 등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며, 세로 75.2㎝, 가로 159.0㎝의 크기지요.
정조는 “정성 어린 이별자리 여러 순배 돌았는데, 그대 보내는 명일에 동작진(銅雀津)을 나가겠지. 지금 어려운 일은 모름지기 호조이니, 예부터 관찰사 직은 근신(近臣,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던 신하)에게 의지했네. 가벼운 옷차림의 새 관찰사를 다투어 보고, 대부인(남의 어머니를 높여 이르는 말)의 기거에도 탈이 없으리라. 누(樓) 이름 공북(拱北)은 참으로 우연이 아니니, 몇 밤이나 누에 올라 대궐을 바라볼런고.” 하면서 이별의 아쉬움을 전하고 민생을 극진히 돌볼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정민시는 세자시강원 필선(弼善, 세자시강원의 정4품 관직)으로 세손 정조를 곁에서 보필하였고 정조가 임금에 오른 뒤 도승지ㆍ규장각 제학 등에 임명되었지만 겸손한 자세로 절도를 지켜 정조의 극진한 아낌을 받았지요. 이 서축은 재일교포사업가 김용두(金龍斗)씨가 국립진주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일본식으로 표구되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제문상정사(題汶上精舍)>와 함께 정민시에게 내려준 것으로 이런 형식의 정조어필 가운데 유려한 필치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