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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눈 내리는 날, 춘향은 죽고 붉은 치마는 남았다

국립민속국악원, 실존인물이 바탕한 창극 <춘향실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눈이 내리네 펄~~

   당신이 떠나간 지금

 

   눈이 내리네 펄~~

   외로워지는 내 마음

 

무대에서는 판소리 창법으로 편곡된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 피아노 연주가 아련하고 눈 내리는 광한루에 초로에 접어든 선비 성이성이 춘몽(春夢)과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는다. 어제 28일 밤 8시 국립국악원 예약당에서는 판소리 춘향가가 아니라 실존인물 성이성의 호남암행록을 바탕으로 새로 쓴 대본의 <춘향실록(春香實錄), 춘향은 죽었다> 창극이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우리가 익히 들었던 판소리 춘향가는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에 내려와 감옥에 갇힌 춘향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혀 결말이 다른 <춘향실록>은 늙은 선비 성이성이 죽은 춘향의 붉은 치마에 오열하면서 들려주는 춘향의 비극적인 이야기다.

 

성이성(成以性, 15951664)은 실존인물로 33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암행어사를 네 차례나 지냈으며, 청백리로 뽑힌 인물이다. 그 성이성은 그의 아버지 성안의(成安義, 1561~1629)가 남원부사로 있던 13살부터 17살까지 남원에서 살았다고 전해진다. 성이성의 호남암행록가운데 1647(인조 25) 121일 일기를 보면 암행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남원을 찾았다. 이때 남긴 일기에 흰눈이 온 들을 덮으니 대숲이 온통 희다. 소년시절을 생각하느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를 토대로 창극이 탄생된 것이다.

 

판소리는 북 장단에 맞추어 창과 아니리(창자가 장단없이 말로 하는 부분) 그리고 사설(가사)과 너름새(몸짓)로 청중들을 사로잡지만 창극은 출연자들이 창에 연기를 더하고, 음악과 함께 무대 배경과 소품, 조명, 음향이 함께 하는 종합예술 형태이다.

 

물론 창극은 판소리처럼 고수의 북장단이 기본배경이다. 하지만 공연은 북과 피리, 해금, 25현가야금 같은 전통악기 뿐만이 아니라 피아노의 감미로운 선율과 타악의 화려한 소리가 공연을 더욱 빛내고 있다. 전통음악에 서양음악, 서양악기가 함께 하는 모습이 또 다른 아름다움인 것이다.


 



창극 제작은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 제작진이 맡았다. 출연진을 보면 춘향 역에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부수석 정승희, 성이성 역에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수석 김대일, 방자 역에 정민영, 변사또 역에 소원검이 소리에 연기를 더하느라 혼신을 다했다. 또 대본과 연출에는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이면서 극단 미추의 단원 경력이 있는 창극 전문가 지기학 예술감독이, 소리지도에는 김현주 악장, 작곡에는 국악 창작곡 얼씨구야로도 잘 알려진 김백찬, 무대장치와 소품디자인에 정윤정이 함께 했다.

 

연출을 맡은 지기학 예술감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리꾼들이 그려내는 춘향의 모습, 절개를 지켰고 변치 않는 사랑으로 남은 춘향이란 인물을 호남암행록을 바탕으로 재조명 해봤다."고 얘기했다.

 

영등포구 도림동에서 왔다는 청중 양연희(48, 교사) 씨는 춘향실록이 실존인물과 문헌을 바탕으로 만든 창극이어서 공연 어디서부터 실제 사건이고 또 어디까지가 창작된 것인지 하는 호기심으로 봤다. 기존 판소리 춘향전과 달리 서양악기와 서양음악이 어우러지고, 연극적 요소들이 결합해 더욱 감미로우면서도 흥미진진했다. 다만 앞부분은 전개가 좀 느린 듯하여 아쉽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마지막 춘향의 붉은 치마가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 막을 내린다. 붉은 치마는 춘향은 죽었지만 춘향의 절개는 영원히 남았음을 애기하고 있었다. 공연은 9일 밤 8시 예악당에서 한 차례 더 있게 된다. 전석 1만원이며, 국립국악원 누리집과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