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평화의 제단에 숭고한 희생으로서 바친 3천만의 망령에 의하여 가장 웅변으로 또 가장 통철히 오인(吾人)에게 가르쳐 준 것은 실로 민족자결주의란 오직 한마디다. 일본은 입을 모아 조선을 혹은 동족(同族)이라 말하고 동조(同祖)라 역설한다. (중간줄임) 우리 한국은 4천 3백년이란 존엄한 역사가 있는데 일본은 한국에 뒤지기가 실로 3천여 년이다.
이를 봐도 조선민족은 야마토(大和)민족과 하등의 상관이 없다는 것을 췌언(贅言,장황하게 말하다)할 필요도 없는데 합병 이래 이미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일본은 조선에 임(臨)함에 얼마나 참학(慘虐)과 무도(無道)를 극(極)하였던가. 오인(吾人)의 말을 기다릴 것 없이 일본 국민 스스로가 돌이켜보아 뉘우치는 바가 있을 것이다.(뒷줄임)” -재 오사카 한국노동자 일동 대표 염상섭-
이는 소설가 염상섭(1897~1963)이 쓴 <독립선언서> 가운데 일부이다. 염상섭은 1919년 3월 19일 오후 7시 무렵 오사카 덴노지(天王寺) 공원에서 독립선언을 거행할 목적으로 <독립선언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날 8시쯤 집회 장소에 모인 참가자 22명과 함께 일본 경찰에 붙잡혀 감옥생활을 해야 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삼대>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염상섭이 <독립선언서>를 썼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이러한 염상섭에 대한 새로운 문학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염상섭 문학전”이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오는 2월 25일까지)
염상섭은 구한말에 태어나 66살로 숨질 때까지 ‘근대 한반도’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거의 모든 통치형태를 직간접으로 체험한 작가이다. 그는 제국주의 아래서는 제국 일본, 식민지 조선, 괴뢰국가 만주국 등에서 살았으며, 해방 후 냉전 하에서는 미소군정, 한국전쟁, 인공치하,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며 살아왔다.
흔히 염상섭을 가르켜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말하는데 그는 글쓰기를 통해 기존의 낡은 인간형과 생활을 해체하고 새로운 주체의 모습을 그리고자 힘썼다.
염상섭의 평생에 걸친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민주주의’다. 그는 1919년 3.1운동에서 시작하여 1960년 4.19로 마무리되는 참으로 길고 질긴 사건들 속에서 살아오면서 그것들을 자신의 소설 속에 녹여냈던 것이다.
‘2017년 염상섭 탄생 120주년’을 맞이하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염상섭 문학전”을 통해 소설이라는 장르를 민주주의 발현과 민중이라는 주체성의 생성 속에서 이해했던 염상섭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염상섭문학전> 안내
*국립중앙도서관 본과 1층 전시실
*2월 25일까지, 무료 관람, 매주 월요일 휴관(공휴일 포함)
전화:02-590-6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