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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과거에 급제했다면서요?” 마침형 세배 인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75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일은 우리 겨레의 큰 명절 설입니다. 그런데 세배를 하면서 흔히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처럼 명령 투의 말을 하는데 이것은 예절에 맞지 않습니다. 세배를 한 뒤 일어서서 고개를 잠깐 숙인 다음 제자리에 앉아서, 세배를 받은 이가 먼저 덕담을 들려준 뒤 이에 화답하는 예로 겸손하게 얘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덕담은 덕스럽고 희망적인 얘기만 하는 게 좋으며 지난해 있었던 나쁜 일이나 부담스러운 말은 굳이 꺼내지 않는 게 미덕이지요.   

 

고모님께서 새해는 숙병(宿病)이 다 쾌차(快差)하셨다 하니 기뻐하옵나이다.” 이 글은 숙종임금이 고모인 숙희공주에게 보낸 편지 글 내용입니다. 숙종은 고모의 오랜 병이 완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아직 병환 중임에도 숙병이 쾌차했다 하니 기쁘다.”라며 마침형(완료형)’ 어법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듯 조선시대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같은 말은 없었고 대신 마침형의 덕담이 유행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조 때 한경(漢經)은 하진백(河鎭伯) 집안사람들에게 문안 편지를 보냈는데 하진백이 과거공부를 더욱 열심히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을에 있을 과거에서 급제했다며 미리 축하의 덕담을 보냈습니다. 이밖에 현종 비 명성왕후가 셋째 딸인 명안공주에게 보낸 편지, 인선왕후가 딸 숙휘공주에게 보낸 편지, 순원왕후가 재종동생 김흥근에게 보낸 편지 등도 모두 이렇게 미리 좋은 일이 있다는 예견의 덕담을 하고 있지요. 요컨대 조선시대 사람들은 미래의 기쁜 일이 마치 완료된 것처럼 "마침형" 덕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