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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복조리는 사라고 하되 임 건지는 조리는 없구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75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네 민속품 가운데는 쌀을 이는 도구로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서 엮어 만든 조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해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설날 새벽에 사서 벽에 걸어두는 것을 우리는 특별히 복조리라 합니다. 복조리는 있던 것을 쓰지 않고 복조리 장수에게 산 것을 걸었는데 일찍 살수록 길하다고 여겼지요. 따라서 섣달그믐 자정이 지나면 복조리 장수들이 복조리 사려.”를 외치며 인가 골목을 돌아다니고, 주부들은 다투어 복조리를 사는 진풍경을 이루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복조리 장수가 집집마다 다니며 복조리 1개씩을 집안에 던지고 갔다가 설날 낮에 복조리 값을 받으러 오는 지방도 있습니다. 그런데 복조리를 살 때는 복을 사는 것이라 여겨 복조리 값은 당연히 깎지도 물리지도 않았지요. 설날에 한 해 동안 쓸 만큼 사서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한 귀퉁이에 걸어놓고 하나씩 쓰면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그 복조리에는 실이나 성냥엿 등을 담아두기도 했지요. 또 복조리로 쌀을 일 때는 복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으로 꼭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정네들은 복조리 대신 복을 갈퀴로 긁어모으겠다는 뜻으로 복갈퀴를 팔고사기도 했습니다. 우리 민요 달거리창부가에는 “12월은 막달이라 빚진 사람 졸리는 때 해동(海東) 자시 지내고 보니 섣달그믐이 그대로다. 복조리는 사라고 하되 임 건지는 조리는 없구나.” 라며 복조리 풍습을 읊고 있는 게 참 재미납니다. 새해 첫날의 복조리 풍습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