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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북촌 한옥과 한글을 지켜낸 '정세권' 선생을 아시나요?

27일, 북촌가회동 성당서 정세권 선생의 독립운동 토론회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 북촌은 지금 한옥마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북촌마을 누리집 소개를 보면, “ 조선시대에 조성된 양반층 주거지로서 1920년대까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는데, 1930년대에 서울의 행정구역이 확장되고, 도시구조도 근대적으로 변형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주택경영회사들이 북촌의 대형 필지와 임야를 매입하여, 그 자리에 중소 규모의 한옥들을 집단적으로 건설하였는데, 현재 한옥들이 밀집되어있는 가회동 11번지와 31번지, 삼청동 35번지, 계동 135번지의 한옥주거지들이 모두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한옥마을로 자리 잡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분이 정세권 선생이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지난 1월 기농 정세권 선생 기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 국사편찬위원회, 종로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들과 공동주최로 227일 낮 3시 북촌 가회동 성당에서 일제강점기 디벨로퍼 독립운동가 정세권 선생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기농 정세권(鄭世權) 선생은 1888년 경남 고성군에서 태어나 1930년 조선물산장려회, 신간회 활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이자 1919년 종합건축사 건양사를 설립한 뒤 조선인들에게 중소형 한옥을 저렴하게 제공하여 일제에 맞서 북촌지역을 지켜낸 부동산개발전문가(디벨로퍼). 선생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돼 뚝섬일대 사유지 약 35,000여 평을 일제에 강탈당하면서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꿋꿋이 일어나 조선물산장려회 활동 등 큰 활약을 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 바 있다.

 

토론회는 먼저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상인사가 있었다. 박 시장은 이번 토론회는 공식적으로 처음 기농 정세권 선생을 만나는 의미있는 자리인 만큼 토론회를 통하여 정세권 선생의 생애 및 업적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민관 협력을 통해 기념사업을 원활히 추진함으로써 서울의 역사문화 도시재생과 디벨로퍼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조광 국사편찬위원장 등이 인사말을 했다.


 


이어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정세권의 민족운동 활약사”,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의 북촌, 민족문화의 방파제주제 발표가 있었다.

 

먼저 김경민 교수는 정세권 선생을 건축왕이라 부르며, 경성을 만들었다고 정의한다. 그는 정세권 선생은 단순한 디벨로퍼가 아니다. 북촌은 조선인, 남촌은 일본인들이 살았지만 점차 일본인들이 북촌으로 몰려왔다. 이때 정세권 선생은 사람수가 힘이다. 일본인의 북촌진출을 막아야 한다.’며 부동산 개발업체 <건양사>를 만들고 한옥집단지구를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정세권 선생은 식민도시 경성에서 조선인의 주거환경을 지킨 분이다.“라고 규정했다.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박용규 교수는 정세권 선생은 독립운동가라고 단언했다. 그는 북촌에 한옥을 집단으로 개발하고 여기서 번돈을 조선어학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조선말 큰사전이 나오는데 크게 이바지를 했으며 그를 통해 한글을 지킨 분이다. 그 바람에 일제에 투옥되어 고통을 받았고, 심지어는 현재 뚝섬 일대의 땅 35천여 평을 강탈당하기까지 하였다.”라고 했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 강희은 서울시 재생정책과장,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수석부회장, 장규식 중앙대학교 교수, 노형석 한겨레신문 기자가 함께 지정토론에 참여하고 지역 주민,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 대학생 등 다양한 시민이 참여하여 자유토론을 했다.


 


당일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식전행사로 낮 2시부터 약 50분 가량 조선어학회 터에서 시작하여 북촌 일대를 둘러보고, 토론회장인 가회동 성당에 도착하는 한옥투어도 열렸다.

 

우연히 북촌 한옥과 관련된 토론회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왔다는 한창훈 씨(54, 건축사)부동산개발을 통해서도 독립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축 일을 하는 나는 그동안 북촌의 한옥을 보면서도 북촌을 지켜낸 참으로 위대한 독립운동가 정세권 선생을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다. 이제라도 정세권 선생은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은 31만세운동 99돌이다. 일제강점기 31만세운동에 몸을 던진 분들부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피땀으로 우리는 나라를 되찿았다. 27일 열린 토론회는 그 가운데 정세권 선생도 크나큰 역할을 했음을 조명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