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남산엔 둥근달 떠오르고 퉁소 소리가 에둘렀네

남산국악당, ‘퉁소 신아우 보존회’ 창단 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32)는 정월대보름 서울 남산 위에 둥근달이 둥실 떠올랐다.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정월대보름맞이 행사가 열렸고, 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는 저녁 730퉁소 신아우 보존회(회장 동선본)’와 남산국악당이 공동기획한 남산 위에 둥근달공연이 열린 것이다.


 

지난해(2017) 여름 이북5도 무형문화재위원회는 함경남도 문화재 2호로 퉁소 신아우를 지정하고, 동선본(퉁소 연주자, 북청사자놀음 전수조교) 선생을 보유자로 인정했었다. 이후 동선본 선생이 주축이 되어 보존회를 조직하고 창단공연을 열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퉁소와 신아우. ‘퉁소는 국악기 가운데 세로로 부는 관악기의 하나이고, ‘신아우는 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즉흥음악 시나위의 함경도의 지방 사투리라고 한다.

 

막이 오르기 전 캘리그라퍼 김기상 선생이 커다란 붓을 들고 흰 막에 남산 위에 둥근달글씨를 거침없이 써내려간다. 그리곤 무대에는 아이들이 나아서 쥐불놀이를 흥겹게 한다. 이어서 공연은 두 번째 원율놀이‘, 세 번째 음율마당 - 퉁소 신아우‘, 네 번째 사자마당으로 마당으로 짜여졌다.


 


원율놀이의 시작은 퉁소 신아우 보존회김진무 부회장의 걸쭉한 함경도 사투리로 시작된다. 김진무 부회장은 점받치역을 맡아 소리와 몸짓 그리고 판소리의 아니리를 연상케 하는 구수한 대사로 공연의 시작과 끝을 멋지게 이어주었다.

 

원율놀이 마당에선 아이들이 어른의 어깨에 올라타고 등장한 무동놀이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깨 위에서 아이들이 앙증맞은 손짓을 보여주어 큰 손뼉을 받은 것이다. 이어서 등장한 신천무용단의 검무도 관객들이 박진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충분한 몸짓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돈돌라리등 함경도 지방 특유의 밝고 명랑한 토속민요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세 번째 마당은 음율마당으로 퉁소 신아우 가락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 한판이었다. 동선본 선생을 중심으로 한 광천퉁소세종향림퉁소’, 그리고 평택퉁소가 어우러져 마치 경연하듯 신명나는 연주를 펼쳐 관객들의 귀를 호강시켜 주었다. 평소에 듣지 못했던 퉁소의 신비스럽고도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자마당을 배치한 건 어쩌면 신의 한 수였는지 모른다. 함경남도 북청읍에서 즐겨 놀았다는 사자놀이’, 관객석 통로를 통해서 등장한 세 마리 사자는 능청스럽고도 흥겨운 춤을 추며 신나는 마당을 만들어 준다. 사자가 탈이 나서 드러눕자 점받치는 사자가 침이 아니라 돈을 주면 일어날 것이라며 관객석이 함께 했던 한정길 함경남도 도지사를 불러내 사지 입에 봉투를 넣어주어 공연 마지막을 장식해 주었다.


 


퉁소의 진한 음율을 들은 관객 한정희(47, 교사) 씨는 대금, 피리처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퉁소 연주가 있다고 해서 왔다. ‘10년 퉁수라는 말처럼 연주하기가 쉽지 않은 악기가 퉁소라는데 남한에서 이렇게 북녘 소리를 재현해 줄지 몰랐다. 함경도가 고향이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왔는데 할아버지는 공연 내내 고향생각이 나시는 듯 숙연해보였다. 퉁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 보존회에 큰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전편의 훌륭한 공연에 약간의 아쉬움은 풍물굿이었다. 큰 변화 없이 일정한 가락이 반복되고 단순한 진풀이를 보여준 것은 옥에 티였다. 그러나 그 정도의 옥에 티가 관객들의 큰 손뼉을 받은 훌륭한 퉁소 공연의 진가를 허물지는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퉁소의 고장 함경남도 광천 일대에서는 마당놀이가 성행했었다고 하는데 남북이 갈려 그 소리는 맥이 끊길 뻔 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와중에서 동선본 선생과 퉁소 신아우 보존회가 그 맥을 잇고 전승을 해나가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