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수ㆍ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다가오는 지금쯤 온 메(산)와 들은 소란스러워집니다. 어쩌면 비발디의 사계가 자연 속에서 신나게 연주되고 있음입니다. 가끔 꽃샘바람이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얼음을 뚫고 봄을 알리는 설중매나 얼음새꽃(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들의 아우성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또 그 아우성의 대열에 나도 있다고 고개를 내미는 들꽃에는 신비스럽게 푸른색의 꽃이 피는 키 작은 아이 “현호색”도 있습니다.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서 검을 현(玄) 자가 붙었고, 중국의 하북성 및 흑룡강성 쪽에서 많이 자라 오랑캐 호(호) 자가 붙었으며, 새싹이 돋아날 때 매듭 모양으로 보인다 하여 꼬일 색(索) 자가 붙었다고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현호색의 꽃 모양이 마치 종달새 머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리스어로 종달새를 뜻하는 코리달리스(Corydalis)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래서 현호색이 꽃을 필 때 종달새가 노래하는지도 모릅니다.
권혁세가 지은 《익생양술대전(학술편수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생 현호색류에는 26종이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는 현호색을 비롯하여 ‘난쟁이현호색’, ‘털현호색’ 같은 8가지의 한국특산식물, 귀화식물인 ‘둥근빗살현호색’이 있고, 또 잎의 모양이 대나무 잎과 닮았다는 ‘댓잎현호색’, 빗살무늬가 있는 ‘빗살현호색’, 잎이 작은 ‘애기현호색’, 점이 있는 ‘점현호색’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현호색은 여러해살이풀로 습기가 있지만 물 빠짐이 좋은 곳을 좋아합니다. 현호색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고, 잎이 진 뒤의 덩이뿌리는 진통제 효과를 내는데 현호색 본체에는 독이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3~4월 메와 들에 가면 이 신비스럽고 예쁜 현호색과 눈맞춤을 해보면 좋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