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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시인의 세상 톺아보기

남자들의 천국과 미투(Me Too)운동

[김용옥 시인의 세상 톺아보기 41]

[신한국문화신문=김용옥 시인]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50%이하의 삶이라고 한다. 남녀 공히 중등학부까지 열린 국가인데도 말이다.

 

나의 부모는 1960년대 내내 딸 아들 6남매를 차별 없이 고등교육을 시켰다. 딸이 실내청소를 하면 아들은 장작을 패고 마당과 골목을 쓸었다. 딸과 며느리는 이삿짐을 구별하여 싸지만 무거워진 짐을 나르거나 못질하여 액자를 거는 일은 아들 몫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 다를 뿐 협력 공생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남학생에게 차별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

문제는 결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발생했다. 육아와 대식구 살림과 집안의 잔심부름까지 여자의 몫이었다. 남자남편은 저 가을논 가운데 허수아비 꼴이었다. 아내여자가 온갖 잡동사니일 치다꺼리에 지쳐 병들어갈 적에 남자남편은 직업과 대인관계라는 변명 아래 밤에는 주색잡기가 공개적으로 허용된 사회였다.

 

딸애 세대는 이런 비인간적 환경에서 탈피되길 간절히 바랐다.

 

1990년대 초 어느 여름날. 영화동아리 남녀학생들이 우리 집에 놀러왔다. 다과를 나누며 한 남학생이 일렀다. “어머니, 00는 교수님이나 남학생선배에게 절대 술을 안 따라줘요. 그건 예의가 아니죠? 좀 혼내주세요.” 라고.

 

너희는 대등한 대학생이야. 여학생이니까 교수나 선배남학생에게 왜 술을 따라야 하지? 카페아가씨 취급인가? 너희 세대는 그러지 말아. 그리고 이담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서로 따르겠지!”

 

술은 장모가 따라도 여자가 따라야 맛이다.”는 둥, “이왕이면 영계랑 마셔야 술맛 나지!”라며 태연히, 남자들은 동료나 같은 여성예술인에게 여성비하의 말을 하곤 했다. 여자를 치욕적인 명사 영계(자라지 않은 중닭)’라 헤벌쭉 부르며 그 허벅지나 엉덩이에 손을 오르락내리락하곤 했다. 불쾌하기 짝이 없고 천박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귀를 박박 문질렀다. 그런 류의 남자는 동네 수캐만도 못한 남자다. 남의 인격을 존중할 줄 모르는 몰지각한 남자일 뿐이다.


 

경제적 문명적으로 선진국이라 할 만한 우리나라는 유난히 젠더폭력이 비일비재하다. 성추행, 성언어폭력, 성희롱, 성폭력을 넘어 강간살인도 수시로 보도되고 있다. 끔찍하다. 여성이므로 불특정다수의 남자에게 폭력을 당하는 야만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따금 발설된다. “오죽하면 아마조네스가 존재했겠어!” 남자의 폭력성을 경험한 여성들이 남아를 출산하면 죽이고 여아만 양육하는 사회 아마조네스 말이다.

 

나는 형제자매 똑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도록 배우며 인격권, 인간애, 인류애를 지향하는 정신교육 속에 성장했다. 그리고 2016년 현재 여학생의 73.5%, 남학생의 66.3%가 대학에 진학했다(교육통계연보). 교육 안에서 남녀능력은 평등하게 평가된다. 그러나 이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불평등하다.

 

남녀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에서 1(2,000년 이후 매년)로 여성임금은 남성임금의 64.1%. 더 가소로운 건, 여성의 학력상승과 권익증진을 국가위기로 인식하는 점이다. 스펙이 좋은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고, 하향결혼을 권장하고, 출산과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하여 직장에서 불이익 주기를 권장하는 꼴이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은,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49%정도라는 열악한 조건에서 모성애를 강요하니, 차라리 비혼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상하고 지랄 맞은 사회인계를 보자.

 

2015년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을 당한 강력범죄피해자의 여성비중이 88.9%(대검찰청 통계), 그 중 성폭력 피해자의 여성비중이 94.1%. 불안을 넘어 공포스럽다. 대로를 걷다가도 힘이 실린 남자발자국소리를 느끼면 흠칫할 때가 있다. “순간적으로 짜증나서.”라거나 내 앞을 여자가 재수 없게 지나가서.” 또는 옷차림이 맘에 안 들어서.”라며 어떤 폭행이라도 당할까 봐 가슴이 섬뜩하고 벌렁거리는 것이다.

 

<불꽃페미액션>의 기자회견 제목이 잊히지 않는다. 애인을 살해한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의정부지방법원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었다.


 

*여성살해가 집행유예면 판사도 공모자입니다*

 

미투(Me Too)운동이 이런 사회를 바꿀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도 펑펑 울고 싶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