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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궁둥이, 방둥이는 같은 말?

엉덩이, 궁둥이, 방둥이는 같은 말? [서평] “나만 모르는 우리말” ▲ ‘나만 모르는 우리말’ 책 표지 ⓒ 모멘트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늘 쓰는 말이 헷갈릴 때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궁둥이”, “엉덩이”, “방둥이”이다. 하지만, 이를 분명히 알고 구별해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엉덩이와 궁둥이는 신체의 다른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몸의 뒤쪽 허리 아래에서 허벅다리 사이의 살이 볼록한 부분을 볼기라고 하는데 ‘엉덩이’는 이 볼기의 윗부분이고, ‘궁둥이’는 엉덩이의 아래로써 앉으면 바닥에 닿는 부분을 말한다. 이와는 다르게 ‘방둥이’는 길짐승의 엉덩이를 따로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 속에는 알쏭달쏭 헷갈리는 말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에겐 이를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사람이나 단체도 드문 편이다. 살면서 말글은 마치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마침 이를 친절하게 바로잡아주는 책이 나왔다. “나만 모르는 우리말”이 바로 그것인데 조경숙, 김슬옹, 김형배가 공동으로 집필하고, 모멘토에서 펴낸 책이다. 글쓴이들은 국어단체연합의 전문 상담사들로 조경숙은 국어문화운동본부 소속 ‘문장사회’ 회장이며, 김슬옹은 목원대학교 겸임교수로 ‘또물또 통합교육연구소’ 대표이다. 또 김형배는 건국대학교 외래교수이고, 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연구소’ 소장이다. 이 책은 글쓴이들이 국어상담을 하면서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주로 궁금해 하는 것들 가운데서 하루에 한 개씩만 공부해보라는 의미로 365개를 추려 가상의 질문을 하고, 이를 쉽게 풀이해주고 있다. 여기엔 맞춤법 편에 ‘끼어들기/끼여들기’, ‘독자란/가십난’, ‘뒤풀이/뒷풀이’ 등 85개, 표준어 편에 ‘구시렁거리다/궁시렁거리다’, ‘금실/금슬’, ‘재떨이/재털이’ 등 59개, 어휘 편에 ‘곤욕/곤혹’, ‘껍질/껍데기, ’입/아가리/주둥이/부리‘ 등 120개, 표준 발음 편에 ’꽃아‘, ’치읓이‘ 등 16개가 보인다. 또 외래어 표기 편에 ’센터/센타/쎈터‘, ’윈도/윈도우/윈도우즈‘ 등 16개, 띄어쓰기 편에 ’십만 장/십 만 장‘, 회의 중/ 회의중’ 등 29개, 문장부호 편에 ‘줄표/붙임표/물결표’ 등 5개, 문법 편에 ‘쓰인/쓰여진, 나뉜/나뉘어진’, ‘양이 차다/양에 차다 등 27개, 언어 예절 편에 ’말씀하시겠습니다/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등 8개가 수록되어 있다. . ▲ ‘나만 모르는 우리말’ 책 내용 일부 ⓒ 모멘트 내용 가운데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보자. 질문 : ‘처갓댁 식구들’, ‘화장실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에서 ‘처갓댁/처갓집’ 둘 다 사이시옷을 넣어야 하나요? “‘처가댁, 처갓집’이 바른 표기입니다. ‘처가-댁’은 [처가땍]으로 된소리가 나지만 한자말끼리의 결합이므로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가댁’으로 적습니다. 한자말끼리 결합한 말에 사이시옷을 붙이는 것은 ‘찻간(車間),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횟수(回數)’ 여섯 낱말뿐입니다. ‘처가댁’에서 ‘가’와 ’댁‘이 의미상 중복되지만 이미 ’처가댁‘이 ’처가‘를 높여 이르는 말로 쓰이기 때문에 함께 쓰일 수 있습니다. ‘처가-집’은 [처가찝]으로 된소리가 나고 ‘집’이 토박이말이므로 ‘처갓집’으로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합니다. ‘가’와 ‘집’은 같은 뜻이고, ‘처갓집’은 ‘처가’와 같은 뜻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처가’로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고목 나무, 남은 여생, 같은 동포, 넓은 광장, 폭음 소리, 푸른 창공, 높은 고온, 새신랑’ 등이 모두 중복 표현입니다.“ 여기에 언어 예절 편에서는 잘못된 존대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처럼 쓰지 말고, ‘말씀하시겠습니다’, ‘읽으시고 계시다‘가 아닌 ’읽고 계시다‘, ’돈이 있으시면 투자해보세요‘ 대신 ’여유 있으면 투자해보세요‘,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가 아닌 ’전화번호가 몇 번입니까?‘라고 해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 책도 아쉬운 부분은 눈에 띈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책상에 꽂아두고 사전처럼 요긴하게 쓸 책이지만 일반인들이 흥미를 느끼고 읽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일상에서의 많은 사례를 들어주었더라면 쉽게 읽히고, 잘 기억해서 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작은 안타까움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의 말글생활에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특히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이 책이 어쩌면 소중한 보물이 될지도 모른다. 두고두고 남는 글의 잘못을 시원하게 바로잡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도 바른 말글생활을 함으로써 분명한 교양인이 되도록 해줄 것이다. [대담] ‘나만 모르는 우리말’ 저자 조경숙, 김형배 ▲ ‘나만 모르는 우리말’ 저자 김슬옹, 조경숙, 김형배 ⓒ 김영조 - 국어와 관련한 일을 하게 된 계기라면? (조) "예전에 ‘한국법제연구원’의 단행본 편집 책임자로 일할 때 얘기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거의 법학박사들이었지만 영어와 독일어 공부만 열심히 한 탓인지 문장이 너무나 어색했다. 그 글은 독일어이지 한국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글에 자주 시비를 걸었고, 올바로 고치기를 요구했다. 그들은 처음에 저항했지만 나중엔 고맙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 뒤 현재 국어단체연합 국어상담소장인 남영신 선생의 맞춤법 교실에 참가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문장사와 국어상담사 일을 하게 되었다." -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것들을 어려워 하나? (김) "줄임말을 많이 헷갈려 했다. 국어사전들을 보면 기본형과 뜻풀이 위주이고, 용례가 별로 없다. 국어사전이 다양한 용례를 들어주는 것으로 바뀔 때만이 국민의 말글생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외래어 표기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처음 들어올 때 바로잡아줘야지 이미 굳어진 다음 고치라는 건 문제이다." - 원론적인 설명에 치중했는데 사례들을 들어주었더라면 좀 더 좋았지 않을까? (김) "처음, 책을 기획했을 때 국어상담에 표준이 될 만한 지침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여러 국어상담을 하는 누리집들에서 사례를 모았는데 같은 질문에 다르게 답한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그래서 원론적인 설명 형식이 된 것인데 앞으로 사례를 보여주는 책도 쓰도록 하겠다." - 국어상담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조) "예전에 남 선생님의 사전을 샀으니 책임지고 답변하라고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 좀 황당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숙제를 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사전만 들춰봐도 금방 알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을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국어공부는 자신을 위해 필요한 일임을 깨닫고 무조건 상담하기보다는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 국어 중에서 올바른 말글생활을 위해서 꼭 가다듬어야 할 부분을 꼽는다면? (조, 김) "현실 언어와 규범 사이에 어긋나는 것들은 하루빨리 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담을 하면서 개인적으론 규범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규범에 맞게 상담을 해야 해서 갈등을 느꼈다. 예를 들면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은 ‘잊힌 계절’이어야 맞는데 사람들은 이미 '잊혀진‘으로만 쓴다. 앞으로 이에 대해 연구를 할 생각이다. 또 일반 사람들이 올바른 언어생활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 품위있는 삶을 만들어 주고, 나라의 미래를 밝게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국어 관련 책들도 사보고, 국어상담소를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 김영조 2006-11-29 오후 8:29:5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