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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거리

국악기 값에 덧붙여진 거품, 빼줘야 국악이 산다

콘트라베이스에 못지않은 개량 대아쟁의 깊은 소리
[대담] 30년 국악기 제작과 함께 한 궁중국악기 박성기 대표이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내산 연습용 바이올린이 30만 원대, 연주용이면 100만 원 가량이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악기 해금은 연주용이 보통 600만 원 정도는 줘야 삽니다. 이렇게 해금 값이 비싼 것은 국악기 제작자로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해금의 품질을 더욱 높여 600만 원 정도의 소리를 내면서도 반값에 팔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가능한 것입니다. 국악이 더욱 발전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악기를 소유하고 연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악기 값에 덧붙여진 거품을 빼주어야만 합니다.”


 

1986년에 궁중국악기라는 악기 제조업체를 설립하여 30년 넘게 오로지 한길에 매달려온 경기도 하남시 ()궁중국악기 박성기 대표이사는 힘주어 강조했다.

 

자신이 새롭게 개량한 해금을 보여주었다. 해금 공명통 아래 복판에 옻칠을 해서 품격이 있어 보인다. 또 해금줄의 줄감개인 주아에 아름다운 무늬를 새겨 놓았다. 이렇게 해금의 완성도를 높이고도 오히려 반값에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야금도 보통 2,500만 원에서 3,000만 원 정도는 주어야 쓸 만한 것을 살 수 있는데 이도 반값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이렇게 국악기에 덧붙여진 거품을 빼지 않고는 국악이 더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잘라 말한다


  

 


게다가 이상한 모습의 거품도 있다고 했다. “삼대가 국악기 장인인 경우를 보면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훨씬 완성도 높은 악기를 만드는데도 무형문화재기 되지 못해 100만 원밖에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손자는 더 못한 악기를 만들면서도 무형문화재가 만든 악기란 이름으로 700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악기의 완성도로 값이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무형문화재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달고 거들먹거리는 것을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는 국내 국악기 시장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대담하는 내내 피를 토하듯 격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의 악기 연구의 산실 한쪽에는 뜻밖에 서양악기 첼로가 있다. 웬일인가 궁금했다. 그는 말했다. “한 r국악공연에서 서양악기 첼로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국악 공연에 왜 첼로가 등장하냐고 물었더니 국악기로는 깊은 저음을 낼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악기로도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못지않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연구용으로 가져 놓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개량한 12현 대아쟁을 소개한다. 길이가 175cm인 기존 대아쟁보다 오히려 155cm로 키가 20cm나 작다. 부들(현악기의 줄을 묶는 부분)과 미단(부들을 올리는 부분)을 아예 생략해 깔끔하고 키가 작아진 것이다. 가로 폭은 10현이 12현으로 늘어난 탓에 약간 넓고 울림통 깊이가 5.5cm에서 10m로 커졌는데도 무게는 57.5kg으로 오히려 500g이 가볍다.

 

그가 활을 들고 소리를 내준다. 앗 이렇게 깊은 소리가 날 수 있는가? 첼로가 아니라 콘트라베이스 소리에 못지않은 깊고 웅장한 소리가 가슴 속을 파고든다. 이 정도로 음량을 키우고 음폭을 넓혀놓는다면 절대 서양악기에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악 연주도 훨씬 깊이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게 한다


박성기 대표이사는 끊임없이 악기의 개량과 연구개발에 몰두한다. 1989년 저음해금을 개발한 데 이어 1993년 가야금줄 신용신안 특허를 받았고, 1989년 대금 제조방법으로 특허 등 받는 등 해를 거르지 않을 만큼 수십 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문화예술상, 장영실 과학문화상 국악기술 대상, 한국문화예술대상, 전승공예대전 장려상, 중소기업 경영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고, 한국문화재단으로부터 명인 인증까지 받았다.   


그의 국악기 연구개발에 대한 사랑은 어디까지인가? 우리 국악의 발전은 그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아닐까?

 

예전에 견주면 우리 국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국악의 가치에 걸맞은 대접에는 미치지 못한다. 서양인들이 천상의 음악이라고 격찬했던 수제천”, 물속에서 용이 읊조린다는 청아하고 맑은 소리의 수룡음같은 우리의 뛰어난 음악을 아는 국민은 아직 드문 것이다. 천상의 음악이 천상의 음악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려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가운데 국악기 값에 쓸데없이 붙은 거품을 빼주는 일도 시급한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